[3040 광장] 성공으로 이끄는 '신체 언어'

입력 2010-01-05 10:39:18

취업 상담을 위해 연구실을 찾는 학생들의 신체 언어를 보면 대략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상담용 테이블에 앉으라고 권유하면 가까이 다가와 앉는 학생들은 적극적인 인상을 풍긴다. 여성처럼 상냥하게 말과 행동을 하는 남학생은 대부분 집안에 여성이 많다. 이렇듯 신체 언어는 개인의 성장 배경과 환경을 알게 해주는 단서이다.

신체 언어는 언어적 메시지보다 더 설득력 있다. 몇 초의 짧은 행동을 통해서도 개인의 감정, 성격, 태도 등이 나타난다. 중국 당나라 때도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용모와 말씨는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 유교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도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하는지의 규범을 중요시해왔다. 상하관계가 엄격해서 연소자가 연장자를 지나치게 응시하는 행위는 자칫 예의 없는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화 시에 시선 처리가 부자연스럽고 불편함을 느낀다. 시선 회피는 불안감이나 자신감 결여 등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비언어적 요소이다. 응시가 많을수록 친밀감과 신뢰도가 증진되므로 프레젠테이션이나 면접에서는 듣는 이와 시선을 나누는 것이 좋다.

비언어적 행위는 미국 드라마 '라이 투 미'(Lie to Me)의 소재로 쓰일 정도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얼굴 표정, 목소리 톤, 제스처 등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실과 거짓 여부를 파헤치는 수사물이다. 관찰 대상자는 거짓말을 통해 상대를 속이려 하지만 거짓을 의미하는 비언어적인 단서들을 무의식적으로 노출한다. 비언어적 행위는 내면의 세계를 표출하기 때문에 언어적 내용에 비해 더 신뢰적이다. 개인 고유의 습관적인 신체 언어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며 소속된 계층을 표출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비언어적 행위는 대중 연설이나 TV토론 등과 같은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정치 후보자의 비언어적 요소는 후보자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감도와 투표 의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중 연설을 할 때 목표 청중을 응시하고 언어적 내용에 부합하는 제스처를 사용하면 더 호소력 있다.

올 6월에는 제5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비언어적 요소가 TV 정치토론의 커뮤니케이션 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필자의 연구 결과, 후보자의 응시, 자세 등은 이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자가 시청자를 응시하는 행위는 신뢰성 이미지와 호감도를 증진시킨다. 반면 시선 회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표출한다. 따라서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고 원고에만 의존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세의 유형에 따라서도 이미지가 달라진다. 후보자의 반듯한 자세는 신뢰성 이미지를 고취시킨다. 일반적으로 비스듬하게 앉거나 뒤로 약간 젖히고 앉는 자세는 권위를 드러낸다. 가슴 앞으로 팔짱 낀 자세는 폐쇄적인 자세로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후보자들이 선거 공보물에서 팔짱 낀 자세를 취하는 것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위력을 간과한 처사이다. 유권자에게 호소력 있고 설득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가 바람직하다. 행위자가 별생각 없이 한 비언어적 행위가 때로는 상대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레이 버드위스텔(Ray Birdwhistell)에 의하면 의사소통에서 언어적 메시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35%, 비언어적 메시지는 65%이다. 응시, 자세, 표정, 제스처 등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은 설득 효과와 관련이 높다. 대인관계나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은 비언어적 요인에 기인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에 비해 공인들은 비언어적 행위에 더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인터넷의 발달과 UCC의 활성화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상호 응시, 열린 자세, 경청하는 태도 등 긍정적인 신체 언어의 사용으로 공적'사적 상황에서 성공을 이루는 경인년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송석화 대구가톨릭대 취업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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