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들이 입단식 할 때 흔히 등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한다. 그만큼 등 번호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프로 축구에선 등 번호만 보면 그 선수의 역할과 포지션, 실력, 팀 내 비중 등을 바로 알 수 있다. 최근 스코틀랜드의 명문 셀틱에 입단하면서 18번을 받은 기성용은 "남아 있는 번호 중 가장 낮은 번호를 선택했다"고 했지만 18번의 의미는 남다르다. 과거 독일의 클린스만이 18번을 단 이후 스트라이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번호가 됐다. 1990년대 칠레의 특급 스트라이커였던 자모라노의 번호도 18번이었는데 인터밀란이 특급 호나우두를 영입하면서 당시 9번을 달고 있었던 자모라노에게 양보해줄 것을 요구했고, 9번을 내주면서 자모라노가 선택한 번호가 18번이었다. 어쩔 수 없이 9번을 양보하긴 했지만 자존심이 상해 '1+8=9'란 뜻으로 18번을 선택했다는 것. 자세히 보면 1과 8 사이에 '+'라는 기호가 새겨져 있다.
10번은 팀의 에이스를 의미한다. 축구 황제 펠레를 시작으로 호나우지뉴, 웨인 루니, 카카, 리오넬 메시, 지네딘 지단, 마이클 오웬, 루이스 피구,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루이 코스타, 프란체스코 토티, 로타르 마테우스 등 '최고'의 선수들이 대표팀 또는 소속팀에서 10번을 달았다. 이탈리아에선 10번이 '트레콰르티스타'를 나타내는 번호다. 트레콰르티스타는 위치상 공격수와 미드필더 사이에 자리 잡은, 공격형 미드필더나 처진 스트라이커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뛰어난 기술로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슈팅, 패싱 능력도 갖춘 최고의 선수다. 디에고 마라도나, 로베르토 바지오가 대표적이고 AS모나코의 박주영도 10번을 달고 있다.
7번은 팀의 상징적인 선수로 통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데이비드 베컴이 7번을 달았고, 베컴 이적 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물려받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살아있는 전설 라울 곤잘레스의 등번호도 7번이다.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레알의 상징인 라울 때문에 7번을 고집하지 않고 23번을 선택했을 정도로 7번의 의미는 남다르다. 주로 최고의 윙어가 7번을 많이 다는데 루이스 피구(국가대표 등번호)가 대표적이다.
1번. 21번, 31번 등은 골키퍼의 등번호이다. 2~5번은 수비수들이 애용하는 번호로 2번은 오른쪽 윙백, 3번은 왼쪽 윙백, 4, 5번은 수비형 또는 중앙 미드필더가 많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오른쪽 윙백 게리 네빌이 2번, 왼쪽 윙백 파트리스 에브라가 3번이다.
또 9번은 팀의 주 득점원이자 최고의 골잡이, 11번은 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의 대표 번호라 할 수 있다. 9번의 대표적인 선수가 호나우두,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파트릭 클루이베르트이고 11번엔 라이언 긱스, 디디에 드로그바, 미로슬라프 클로제 등이 있다. 8번은 프랭크 램퍼드, 스티븐 제라드 등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선수가 많이 단다. 14번은 토털사커의 창시자 요한 크루이프가 단 뒤 팀의 스트라이커 에이스로 각광받게 됐는데 티에리 앙리가 대표적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