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생각 열린 교육] 자기주도는 서로 믿는 마음에서부터

입력 2010-01-05 07:15:44

2009년 한 해 동안 자녀의 학습에 관심이 있는 엄마들이라면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특히나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자기주도 학습이란 '공부하는 학생 스스로 동기를 가지고 공부의 주체가 되어 학습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에는 자기주도 학습과 관련된 강의, 전략, 코칭, 지도자과정, 학원 등 수많은 내용들이 올라오고 있다.

왜 이렇게 자기주도 학습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그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자녀 스스로 공부를 알아서 한다는 말에 관심을 쏟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자녀 스스로 자기 공부를 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모든 부모들이 바라는 바가 아닌가 싶다. 스스로 공부한다는 것은 치열한 입시전쟁에서 충분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자기주도란 말을 어떻게 이해할까? 아이들은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것'을 자기주도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자기주도 학습을 먼저 말하기보다 아이들 자신의 삶이 자기 주도적인가를 먼저 묻고 싶다.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자기주도 학습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사교육의 또 다른 일면일 뿐이다.

나는 자기주도의 시작이 선택을 본인 스스로 해본 경험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싫은 것에 대해 당당히 싫다고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혹은 교사들에게 싫다는 말을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아이들은 싫더라도 어른이 시키면 따르고 순종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배워왔다. 싫다고 표현하는 아이는 나쁜 아이라는 인식이 아이들 머릿속에 심어져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착한 아이다. 착한 아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속마음과 다른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존재한다. 이것은 언제 밖으로 터져 나올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아이 내면에 만드는 일이다.

자기주도는 본인이 선택의 기회를 갖는 것과 싫고 좋은 것에 대한 분명한 자기표현이 전제돼야 한다. 여기에 높은 자존감은 필수로 따라붙어야 한다. 이 일은 엄청난 시행착오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아이와 함께 옆에서 지켜봐주는 부모들의 인내도 더욱 요구된다. 아이의 성장통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 주어야 하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급하다고 부모가 먼저 앞서 달려나가면 아이들은 거기에 보조를 맞추다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것을 놓칠 때가 너무나 많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아이들과 학습 이외의 것에 대해 하루 30분이라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부모가 아이 자신에게 학습 말고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자. 부모 자식 간에 서로 믿는 마음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자기 주도를 생각해 볼 문제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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