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심장이 마구 뛴다. 2010년 6월 11일. 4년 동안 학수고대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드디어 시작된다. 총성만 없을 뿐 이만한 전쟁도 없다. 최강 전투력을 자랑하는 32개국 간의 창과 방패, 총포 등 모든 무기가 총동원되는 '남아공 전투'가 경기장 10곳에서 발발한다. 어떤 대결을 선택한다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한국의 '원정 첫 16강' 대업이 기대되는 B조와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손색이 없는 G조 경기다. 여기에다 각 조마다 팀과 선수 간에 얽혀 있는 운명의 고리도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A조에서는 32개국 중 최하위권(FIFA 랭킹 85위)인 남아공이 프랑스(7위), 멕시코(17위), 우루과이(20위) 등 강호들을 제치고 '개최국 16강 진출'이라는 월드컵 불문율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개최국들은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두 16강에 진출했다. 남아공의 16강 진출 분수령은 11일 개막전으로 열리는 멕시코와의 첫 경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이 속한 B조의 경우 한국 팬들에겐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빅 매치다. 그 중 첫 상대 그리스(12일)전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스를 잡아야 16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가장 재미있는 경기는 이래저래 '이야깃거리'가 많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17일)가 될 것 같다. 허정무 감독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선수로 만나 패배를 안긴 마라도나에게 감독으로 멋지게 복수할 수 있을지,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에게 당한 패배를 앙갚음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또 U-17·20대표팀 아우들이 최근 청소년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팀에게 잇따라 당한 패배를 형님이 나이지리아전(23일) 승리로 복수해줄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C조는 '큰 집'과 '작은 집'의 맞대결이 볼 만하다. 원정 첫 우승을 노리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FIFA 랭킹 9위)는 13일 신흥 강호 미국(14위)과의 첫 경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여정이 순탄할지가 결정된다. D조에서는 독일, 세르비아, 가나, 호주 등 4개국의 치열한 순위 다툼 중에서도 16강 진출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세르비아와 가나의 경기(13일)가 볼 만하다. 특히 밀로반 라예바치 가나 대표팀 감독의 경우 조국 세르비아와 16강을 놓고 다퉈야해 '조 추첨'을 원망하며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더욱 흥미롭다.
E조는 8전 전승으로 유럽 예선 9조 1위를 차지한 네덜란드와 유럽 예선 1조에서 강호 포르투갈, 스웨덴을 제치고 1위로 본선에 오른 덴마크의 자존심 및 순위 대결이 눈길을 끈다. 14일 E조 첫 경기인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맞대결에서 일찌감치 양팀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어 더욱 부담스럽다. 이 경기에서 진 뒤 아프리카 A조 1위로 본선에 진출한 카메룬에 일격을 당할 경우 16강 진출의 꿈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F조는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 예선 3조에서 1위를 차지한 슬로바키아와 아르헨티나를 4위로 밀어내고 남미 예선 3위로 본선에 직행한 파라과이의 2위 싸움이 볼 만하다.
G조에는 말이 필요 없는 '빅 매치'가 줄을 잇는다. '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6월15일), '코트디부아르-브라질'(21일), '브라질-포르투갈'(25일) 등 우승 후보들이 맞붙는 '미리 보는 결승전'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브라질의 '하얀 펠레' 카카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프리미어리그의 최강 공격수 디디에 드록바 등 세계 최고 공격수 3명의 지존을 놓고 벌이는 자존심 대결도 즐겁게 한다. 여기에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4강 꿈을 좌절시킨 포르투갈에 과연 44년 만에 복수할 수 있을지도 흥미롭다.
H조는 은근히 치열하게 진행될 순위 싸움에 관심을 둘 만하다. 스페인(FIFA 랭킹 1위)의 조 1위가 유력한 가운데 2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칠레(15위)-스위스(18위) 간의 맞대결(21일)이 관심을 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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