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경제] 사교육 확대가 부의 대물림 부추긴다

입력 2009-12-30 09:19:02

KDI "부의 대물림 심화 전망"

부의 대물림, 빈곤의 악순환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가난의 대물림 고리를 끊기 위해 사교육비 억제 등 교육문제에 전력하고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세금 등의 수단을 동원해 소득재분배에 신경을 썼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아직 심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사교육 비중 등이 늘면서 대물림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부연구위원은 29일 '세대간 경제적 이동성의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세대간 경제적 이동성은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경제적 이동성은 부모와 자녀간 경제적 지위의 상관관계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경제적 이동성이 높다는 것은 저소득층도 자녀세대에서는 경제적 지위가 쉽게 향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이동성은 영미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북유럽과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그 이유에 대해 '고도성장과 산업구조 급변으로 더 많은 상위 직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아도 교육을 통해 자녀들이 이런 일자리에 대한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고도성장이 끝나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데다 성장이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국면,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에 접어들면서 경제적 이동성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사교육 확대가 부의 대물림 현상을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사교육시장이 확대되면서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해 고소득층 자녀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졌고, 다음 세대에서는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급등으로 물적 자본의 직접적 증여나 상속을 통한 경제적 대물림도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이를 방지하려면 교육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공적 장학금을 확충해 저소득층 자녀가 교육을 받을 때 생길 수 있는 경제적 장벽을 덜어주고, 초·중등교육 단계의 계층간, 지역간 교육격차를 줄이며 유아교육 단계에서 경제적 이유로 재능이 사장되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처럼 유소년 교육환경의 격차를 선제적으로 줄이는 것은 결과적 평등보다 기회의 균등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정치적으로도 상대적으로 쉬운 개입방식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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