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비운의 강타자 소니 리스튼

입력 2009-12-30 07:42:45

영웅의 출현은 좋게 말해 조연, 나쁘게 말해 희생자를 필요로 한다. 20세기 최고의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의 탄생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희생제물은 비운의 강타자 '소니 리스튼'이다. 마이크 타이슨, 조지 포먼, 어니 세이버스와 함께 헤비급 최고의 '하드펀처'로 꼽히는 그는 가난하고 못 배운 미국 흑인의 전형이었다. 1932년 아칸소의 빈민가에서 13자녀 중 넷째로 태어났으며,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일자무식이었다. 13세 때부터 교도소를 들락거리다 교도소에서 복싱을 배워 21세 때 프로로 데뷔했다. 1962년 9월 '백인 같은' 흑인 플로이드 페터슨을 1회 KO시키며 세계챔피언이 됐고 2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통산전적 54전 50승(39KO) 4패.

펀치가 얼마나 셌던지 레프트잽만으로 상대방이 KO되기 일쑤였다. 인상도 험악해 상대방은 경기 전부터 기가 꺾였다. 그와 두 번 붙어 모두 KO로 이긴 알리도 첫 경기 전에 "리스튼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며 공포에 휩싸였다고 한다. 알리에게 진 뒤 재기해 14연속 KO승을 거뒀지만 그에게 다시는 챔피언 도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1970년 오늘 라스베이거스의 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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