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갈길로 가기 위한 명분쌓기인가.
여야가 내년도 정부예산안 처리를 위해 협상을 거듭하고 있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을 둘러싸고 별다른 진전 없이 팽팽히 맞서면서 '여당의 단독처리-야당의 실력저지'라는 파국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4대강의 보 높이를 낮추고 숫자도 줄이자는 민주당 요구에 대해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으로 몰아붙였다.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수자원공사 쪽 사업분을 내년 2월 추경예산으로 처리하자는 데 대해서도 "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4대강 사업 뼈의 구조를 바꾸라고 하는데 살은 깎아도 되지만 골격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민주당은 예산 정국에서 탄압받는 모습을 극대화해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측도 예산 삭감을 요구하면서 4대강 사업을 "강을 죽이는 사업이고 대운하와 관련된 사업"이라고 주장했고, 수자원공사의 사업은 "불법"이라는 주장을 이어 갔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연말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준예산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예산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연말까지 처리하지 못하고 준예산으로 갈 경우 책임은 전적으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있다"고 몰아붙였다.
준예산 편성이란 헌정 초유의 상황을 나흘밖에 남겨두지 않은 28일 양측은 협상채널을 가동했지만 여론을 의식한 명분쌓기와 책임 떠넘기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와 당내 회의를 잇달아 갖고 의견을 수렴한 것도 파국 수순을 밟기 위한 대책 회의라는 관측이 적잖다. 김 국회의장의 사퇴 발언도 이 같은 수순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9일부터 사흘간 잡혀있는 국회 본회의 일정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은 자체 예산수정안을 금명간 예결위 전체회의를 통해 강행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서 야당이 실력저지에 나설 경우 물리적 충돌 사태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극한 상황에 대한 비난여론을 감안하면 막판 극적인 타협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서봉대기자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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