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송년회

입력 2009-12-26 08:00:00

우울·짜증만 넘쳤던 올 한해 새해엔 기쁨·희망만 가득하길

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시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글을 보내주신 분 중 한 분을 뽑아 패션 아울렛 올브랜 10만 원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원고 분량은 제한 없습니다. 많은 사연 부탁드립니다.

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체육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양혜인(대구 북구 복현2동)

다음 주 글감은 '새해소망'입니다

♥ 지난 1년 국민 고통주는 일들만…

성탄의 트리가 교회와 도심에 반짝이고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온다. 얼마 전 도시에도 농어촌의 한적한 산야에도 눈이 내렸다. 요 며칠간 기온이 많이 내려가 모두가 웅크리고 지났는데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도 되어 얼어붙은 마음이라도 다소 녹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살고 있는 경남 창녕군 고암면 화왕산 계곡에도 조용히 소복소복 눈이 쌓였다. 세모와 성탄을 맞으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노사 간의 투쟁과 전직 대통령의 자살, 여야 대치정국 등 살기 힘겨운 국민들의 마음을 더 피곤하게 하는 일들만 즐비했었던 것 같다. 신종플루와 4대강 살리기 개발과 세종시 문제 등 타협과 정돈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도 산재해 있다.

인간 세상사 고통과 탄식에 뒤덮여 있어도 잠시 눈을 들어 깨끗하고 차가운 밤하늘을 쳐다본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보았던 그때 그 별은 보이지 않고 인공위성이 별처럼 지나가는 것이 가끔 보인다. 옛날 유대 땅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살았던 종교 지도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아기 예수 탄생의 별이 저 동방 페르시아의 박사 세 사람의 눈에 보인 이유가 무엇일까? 부도덕하고 패륜적 임금 헤롯시대의 사람들이 호적령이 내려져 오가는 발길이 부산했던 그때의 세상이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습은 비슷한 듯하다. 수백만을 헤아리는 많은 신도, 교회, 성직자들. 이 땅도 유대 땅의 종교 지도자의 시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그때도 보물을 준비해 별을 따라간 박사들이 있었듯이 지금도 유황과 몰약과 황금을 준비한 박사들이 세상을 밝히는 별을 따라 아기 예수를 찾아가고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2009년을 보내며 한적한 화왕산 계곡 내 집 밤하늘에도 그 별이 보이기를 희망해본다. 그리고 새해에는 세상을 밝히는 별을 볼 수 있는 박사들이 더 많아져 이 세상이 더 밝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백종철(창녕군 고암면 우천리)

♥ 시각장애인 보은 파티에 감동

어느덧 저편으로 비켜 앉아버린 2009년도 시간들. 건들면 툭 떨어질 것 같은 몇 안 남은 숫자들 앞에 나 자신도 순응하는지 동짓날 먹을 팥 봉지가 쥐여 있고 한 손엔 새해 달력이 들려져 있었다.

시계가 둥근 이유는 끝이 곧 시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해를 갈무리하는 마음과 새해를 맞이하는 각오가 어우러지는 이맘때면 누구나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바쁘게 살아온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는 텅 빈 공간뿐이다.

먼저 배려하고 먼저 손 내밀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긍정의 힘으로 행복을 싹 틔우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시각장애 어르신들께서 넉넉지 않은 살림에 자비로 조촐한 송년회 자리를 마련했다.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자리보다 따뜻했고 새해엔 더 알찬 시간을 만들어 보기 위해 건배주로 한 해 감사인사를 나누면서 가족적인 분위기에 던진 덕담 한마디가 새해엔 희망찬 에너지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새핸 더 많이 배려하기."

공감하는 어르신 이야기이기에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본 뜻 깊은 자리였다.

이유진(대구 북구 복현2동)

♥ 가족 외식 후 남은 돈 자선냄비에

50대 초반, 3녀 1남의 아버지로 현재 구미의 모 아파트 경비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비원은 주민의 도움으로 주민 편의와 행복을 위해 존재합니다. 요즘은 아파트 경비 시스템의 전자화로 단순 시설경비에서 기계경비로 전환되어 출동 횟수가 많고 교통 도우미는 물론 경비실 앞에는 차단관제기가 설치되어 있어 외부인은 모두 확인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일부 주민께서는 단순해 보여 편한 업무라 여기실 수 있으나 전 입주민의 주목의 대상임을 제외하더라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순찰 후 경비실에서 저만치 엄마와 다정히 걸어오는 아이가 저를 보자 순간 '더위사냥'이라는 아이스크림을 반으로 잘라 "아저씨~"하며 주고 갔습니다. 모든 사랑의 반을 저에게 주는 것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라고 했습니다만 감격한 나머지 그만 얼굴을 기억 못해 아쉽기만 합니다.

집에 돌아오니 아들이 학교에서 선행상을 받아왔습니다. 기분 좋게 가족 송년회 겸 외식으로 순대국밥 사 먹이고 나오는데 자선냄비가 보였습니다. 나에게 용기와 사랑을 주었던 사랑스런 아이 생각에 주머니에 있던 돈의 반을 자선냄비에 넣었습니다.

세상엔 나보다 외롭고 어려운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작은 행동 하나가 외롭고 어려운 사람에게 용기가 되고 힘이 됨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장재홍(구미시 도량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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