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레슬링을 쇼로 만든 '고저스 조지'

입력 2009-12-26 08:00:00

미국의 프로레슬링 경기는 잘 만든 쇼 프로그램과 같다. 선수들의 과장된 몸짓과 시비조의 말투, 현란한 조명과 의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1940'50년대 '우아한 조지'(Gorgeous George'본명 조지 바그너'1915~1963)라는 특출난 쇼맨십을 가진 선수가 등장하면서 프로레슬링은 황금시대를 맞는다. 처음엔 키 175cm, 몸무게 98㎏의 빈약한(?) 체격에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한 선수였다. 1939년 애인과 링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관객과 언론이 큰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과감한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경기장에 입장할 때 처음으로 테마 음악(대통령 취임식에 쓰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썼고 시종에게 장미 꽃잎과 향수를 뿌리게 했다. 몸 검사를 하는 심판에게 "더러운 손을 치워"라며 지껄였고 경기중 상대를 속이고 비열한 반칙을 되풀이해 관중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세계 최고 고소득 선수였지만 1950년 AWA챔피언 타이틀을 몇달간 보유했을 뿐, 줄곧 '악당'역을 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1962년 은퇴해 다음해인 오늘, 사망했다. 무하마드 알리가 '떠벌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그의 말투를 흉내내면서부터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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