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한' 연탄보일러 성탄절 선물로…아람회

입력 2009-12-25 10:07:33

기름값 무서워 전기장판 하나로 6번 겨울 버틴 이윤달 할머니네

이윤달 할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연탄보일러를 선물받고 사용방법을 배우며 고마워하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이윤달 할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연탄보일러를 선물받고 사용방법을 배우며 고마워하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대구 동구 서호동 이윤달(72) 할머니가 사는 집은 40년 정도 됐다. 이것도 할머니의 집이 아니다. 집세로 연간 150만원씩 들어간다. 할머니는 전기장판으로 6번의 겨울을 버텼다. 고교생 손녀(18), 중학생 손자(15) 등 3명의 할머니 가족은 서로의 온기로 겨울 추위를 이겨냈다. 올해 5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매달 12만원의 지원금을 받지만 기름보일러를 켤 수 없었다. 한달에 1드럼(200ℓ)씩 쓰자면 20만원 가까이 들기 때문이었다. 10만원 정도면 연탄 200장으로 겨울을 날 수 있지만 연탄보일러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만 200여만원. 어디부터 손을 대든 거금이 필요했다.

이런 할머니 집에 24일 산타가 찾아왔다.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교체하는 것은 물론 오랜 기간 뭉쳐있던 전기배선 등을 정리했다. 손녀를 위한 공부방도 만들었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처음으로 공부방이 생긴 고교생 손녀도 울었다.

할머니의 산타는 인간성회복운동 추진협의회 회원들과 코레일 대구본부 봉사단인 아람회 회원들. 이들이 할머니 집을 찾았던 건 또 다른 산타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대구민들레봉사단이 할머니의 사정을 알고 저소득층 보일러 교체 사업을 하고 있는 인간성회복운동 추진협의회에 글을 띄운 것이다. 이곳은 2년 전부터 300회 가까이 저소득층의 보일러 교체를 지원해왔다. 연탄 지원은 민들레봉사단이 맡기로 했다.

아람회는 14년 된 사회봉사단체. 쉬는 날을 이용해 소년·소녀 가장돕기, 결식아동 돕기, 사랑의 연탄 나눔행사 등의 봉사를 펼친 전력이 있다. 올해는 활동을 인정받아 설수식(59·기관사) 회장이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추진협의회 고진광(54) 대표는 "현장에 와보니 보일러만 문제가 아니라 천장도 내려앉아 있었다"며 "누수, 누전 위험이 있어 위험했는데 코레일 봉사단이 전문가여서 손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면서 공을 아람회에 넘겼다. 아람회의 설 회장은 "십시일반의 봉사가 조손가정에 평안을 준 것"이라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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