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정기자의 음식탐방]MK수끼

입력 2009-12-24 14:05:17

태국 가정식 요리 "한번 맛보면 마니아돼요"

사람의 입맛은 꽤나 보수적이다. 대구 사람들의 입맛은 그 중에도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금까지 새로운 맛을 선보이는 식당들은 '대박' 아니면 '실패'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았다. 성공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5월 문을 연 태국 음식점 'MK수끼'는 대구에서 태국 음식을 선보이는 흔치 않은 식당이다.

태국 음식 마니아에겐 사실 낯선 이름이 아니다. 김형진 사장이 중국음식점 '금룡'을 운영하던 시절 중국음식점 옆에서 같은 이름으로 태국식당을 함께 운영했었다.

김 사장은 4년간의 공백 끝에 태국 음식으로 승부를 걸고 독립적인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그동안 대구의 식당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맛있는 음식점이나 낯선 맛을 찾아다니는 음식 마니아들도 생겨났고, 태국 등 동남아로 여행 다녀온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즉 새로운 음식에 낯설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사업차 태국을 오가던 김 사장은 태국 가정식 음식이 의외로 우리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태국 현지 가정에선 우리의 강된장 같은 것에 밥을 비벼먹기도 하고 멸치 액젓을 사용해 음식을 만들죠. 비슷한 점이 의외로 많아요."

게다가 태국은 해산물과 채소, 고기 등의 재료가 풍부한 곳이다. 수백 년 전 인도의 영향으로 카레가 들어간 음식이 많고, 중국인들이 정착하면서 중국음식의 자취도 크다. 이렇듯 '퓨전'이 특징인 태국 음식은 특유의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다. 위와 장에 좋은 레몬글라스, 항암효과가 뛰어난 갈랑가, 우리나라에서 고수라고 불리는 팍치 등 다양한 효능을 지닌 허브들이 많아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은 태국 현지 음식을 그대로 선보이기 위해 태국 주방장들을 초빙해왔다. 문화적 차이가 큰 현지인들과 함께 일하는 게 쉽지 않지만 현지의 맛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현지인들이기에 과감히 투자했다.

이 식당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역시 '수끼'. 수끼는 태국의 대표적인 대중 음식으로, 스팀봇(steam boat)이라고도 한다. 1950년대 중반 처음 만들어진 수끼는 중국인들이 화로에 숯을 피워 야채와 해물, 면 등을 데쳐 먹은 데서 비롯돼, 지금은 우리나라의 김치찌개와 같은 서민 음식이 됐다. 콜레스테롤과 칼로리가 적기 때문에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먹는 샤브샤브와 다른 점은 육수를 만드는 재료 및 소스. 뿌리채소와 허브 등 20가지 이상 재료를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고 태국 특유의 소스로 맛을 차별화했다.

그래도 우리에게 태국 음식이 아직 친숙하진 않다. 태국 음식이라 하면 강한 향신료 맛을 떠올리며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태국의 향신료는 다른 재료와 잘 어우러져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잘 숨겨져 있다. 독특한 향기는 살짝 입맛을 자극하는 정도일 뿐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한번 태국 음식에 매료되면 마니아가 되기 쉽다. 그래서 이 식당을 찾는 연령층도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고, 일주일에 서너 번 찾는 마니아들도 서서히 생겨나고 있다. 여행 경험이 많은 외국인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MK 수끼는 태국 음식전문점인 만큼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다. 튀김, 샐러드, 볶음, 찜, 스프, 덮밥, 면, 수끼, 볶음밥 등 조리방법 별로 메뉴가 다양하다. 튀긴 생선에 여러 가지 허브를 넣고 볶은 데다 쌀전병, 야채와 쌈을 싸먹는 쁘라 톳 스문 프라이의 경우 2, 3인분은 2만원 4, 5인분은 3만5천원이다. 세계 3대 스프 중 하나인 돔양꿍은 1인분 9천원.

참고로 태국 음식의 용어 몇 가지만 익혀두면 메뉴를 고르기 쉬워진다. '카오'는 밥을, '돔'이나 '깽'은 국물요리, '꿍'은 새우, '얌'은 무치거나 버무린 요리, '팟'은 볶음 음식을 의미한다.

수끼 코스는 1인당 9천원부터. 요리가 추가된 세트는 1만5천원, 3만원이다.(053-783-640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