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을 곳은 무대 노래할 수 있어 '행복'
아이비(본명 박은혜'27)가 부활했다. 2년 만에 3집 '아이비'(I be)를 내고 화려하게 가요계로 돌아온 아이비. 2005년 데뷔한 이래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가요계 활동을 한 아이비는 2년의 공백을 굳건히 이겨내고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가요계에 복귀했다.
아이비를 만난 쌀쌀한 오후, 건물 유리창 밖에서는 '아이비 빠순이'라는 피켓을 든 팬들이 아이비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컴백을 누구보다 팬들이 기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남자 팬이 아니라, 여자 팬들이다.
"미니홈피를 통해 전해지는 쪽지도 여자 팬들이 보낸 것들이 많아요. 이렇게 재기하고 활동하는 용기를 높이 평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연민을 느끼는 것 같아요."
방송 출연의 어려움과 스캔들 후 활동하는 여가수라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음에도, 아이비는 오뚝이처럼 돌아와 무대에 섰다.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아이비의 말이 결코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꼭 그를 위한 말이었다.
"요즘 마음이 너무 편해요. 조바심도 내지 않고 있고요. 일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이 너무 행복해요."
2년의 공백 기간 동안 그녀의 일상이 궁금했다. 2007년 전 남자친구의 협박 사건에 휘말리며 활동을 중단한 그녀는 2년간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전 소속사 대표의 송사, 작곡가와의 열애, 심경고백 글 파문 등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벌어진 일들이다. 억울하진 않았을까.
"처음에는 화가 났어요. 마음을 추스르는데 1년이 넘게 걸렸죠. 그 후에는 이게 내 운명이라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이상 모든 것을 담대하게 받아들여야 하더라고요. 인내심을 많이 배웠죠."
고통은 그녀에게 성숙과 용기를 가져다줬다. 아이비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일련의 일들을 겪고 나니 삶에서 두려운 일도 없어지던데요. 더 힘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앞으론 원치 않는 일이 생겨도 이겨낼 용기가 있어요."
아이비는 2년의 어려운 시간을 신앙생활을 통해 버텨냈다. 성지순례도 떠났고, 봉사활동도 했다. 처음에는
가수 '아이비'가 아닌, 평범한 여자 '박은혜'의 삶이 편안했다.
"처음엔 평범한 여자로 사는 게 좋았어요. 스케줄에 구애받지 않고 요리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이런 일상생활을 하는 삶이 좋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해지더라고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짜증도 내게 되고요. 매사에 의욕이 없었어요."
공백기가 1년여를 넘어설 무렵 아이비는 자신이 무대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의 1년 동안 TV도 보지 않았는데, 가끔 시청자의 입장에서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마음이 찌릿찌릿해지더라고요.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집이 아니라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를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죠. 더 늦기 전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전 1982년생 개띠라서 천성이 돌아다녀야만 해요."
일반인으로 1년여를 보낸 후 아이비는 컴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코 서두르진 않았다. 차근차근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를 모았다.
오랜 준비를 거친 역작답게 앨범에는 무려 16트랙의 노래가 담겼다. 윤일상, 김도훈, 싸이, 안영민, 배진렬, 박근태, 신사동 호랭이 등 초호화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작곡가들에게 지급한 곡비만 1억8천만원이 들었다. 타이틀곡 '터치 미'(Touch me)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8천만원이 소요됐다. 아이비는 "이런저런 돈을 다 합쳐 총 3억5천만원이 신보 작업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싱글 앨범과 미니앨범이 대세를 이루는 가요계에 보기 드문 대작 앨범이다.
"아끼지 않고 투자를 해준 회사에 감사한 마음뿐이죠. 그만큼 부담도 커요. 모아 둔 곡은 20곡이 넘었는데 그 중 추려서 16곡만 담은 거예요."
어려운 일을 겪은 여가수는 보통 발라드 곡으로 컴백을 한다. 아이비는 그간 '바본가봐' 등 발라드곡도 히트를 시킨 전천후 여가수다. 그래서 팬들은 그녀가 발라드로 컴백을 할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아이비는 그런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리며 일렉트로닉 댄스곡 '터치 미'로 돌아왔다.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활동 전략을 제가 짠 것도 아니고요. 그저 과거와 같이 '아이비' 하면 '퍼포먼스'니까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곡을 고른 거죠. 발라드로 컴백을 했으면 팬들이 실망했을 겁니다."
앨범에는 '크레이지'(Crazy) '센세이션'(Sensation)과 같이 과거 '유혹의 소나타' 시절 아이비를 연상케 하는 강렬한 비트의 일렉트로닉 댄스곡도 실렸다. 그런 노래들도 타이틀곡 경쟁에서 밀렸다.
"'센세이션'을 부르면 예전의 아이비를 생각나게 할 것 같았어요.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터치 미'를 들고 나온 것이죠."
아이비는 수록곡 중 '주'(Zoo)의 가사를 직접 썼다. 자신의 얘기를 가사로 엮은 것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제가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개구리 같았어요. 동물원 안의 동물은 야성을 잃잖아요. 야생으로 돌아가도 살아남을 수가 없죠. 저도 지난 시간 동안 연예인으로 살아 온 후 평범한 삶을 다시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우리를 빠져나가기보다 그 안에서의 삶을 즐기고 행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감정들을 노래에 담았어요."
아이비는 공백 기간 동안 '라이트 하우스'(The Light house/등대)라는 필명으로 소녀시대의 노래 '디어 맘'(Dear Mom)의 작사를 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작사 활동이 낯설지는 않다.
"가사로 사람의 마음을 비추고 싶어서 '라이트 하우스'라는 필명을 지었는데 소녀시대 앨범 발매 당시 본의 아니게 저라는 사실이 밝혀져서 유감이었습니다. 다시는 '라이트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작사를 하진 않을 겁니다."
아이비는 그간 단 두장의 앨범으로 최고의 여가수 자리에 올랐던 이력이 있다. 2005년 데뷔해 2007년까지 2년여를 활동하면서 초고속으로 최고가 됐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비는 그때의 아이비가 아니다. 순위에 대한 욕심보다는, 그냥 '노력하겠다'는 목표만 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욕심이 없어요. 1집으로 데뷔했을 때에도 최고가 되겠다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와 같은 마음입니다.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에 인기나 순위에 마음이 요동치지 않아요. 전 이제 겨우 3집을 낸 가수인걸요.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이 더 많아서 조급하지 않습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안고 돌아온 아이비. 그녀의 활동에 많은 팬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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