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 조경공간

입력 2009-12-24 07:54:46

휴식과 건강의 공간 '조경'건설사 평가 잣대 되기도

흔히 건축은 기초화장, 인테리어가 색조화장이라면 조경은 마음화장에 비유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를 숨이 가쁘게 살아가다 보니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주거공간 가까이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주거공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아파트단지 조경공간이다.

1990년대 중반 건설사들은 분양가 자율화와 아파트 고유브랜드 사용과 맞물려 단지 조경이 아파트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조경의 차별화에 뛰어들었다. 지상주차장은 지하로 배치하고 분수, 광장 등 각종 테마공원이 지상주차장 공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과거 역세권, 학군 등이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쾌적한 단지 환경도 중요한 평가기준이 됐다. 더욱이 조경은 아파트의 분양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소비자가 건설사의 가치를 판단하고 인식하는 잣대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과거의 아파트 광고가 주로 인테리어, 소품 등을 통해 행복, 여유로움 등을 보여줬다면 최근에는 놀이터나 외부공간, 분수 등을 배경으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 숲속 같은 오솔길을 산책하는 가족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각 건설사들은 아파트 주출입구의 문주, 아파트 외부색채 등은 표준화를 통해 회사 고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하지만 조경은 표준화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시키려는 건설사는 없다. 왜냐하면 조경은 단지의 외부환경, 부지의 특성, 각각의 내부 공간 특성에 따라 각 공간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고 공간을 조화롭게 구성하며, 무엇보다 '자유로움 또는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조경공간은 휴식, 여가, 교육, 건강, 이벤트 등 복합 커뮤니티 공간이다. 아름다운 조경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더욱 필요하다. 모든 아파트에 외부공간을 구성하는데 있어 동일한 디자인은 없다. 소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아파트마다 똑같은 소나무는 없고 장식물, 분수의 형태, 어린이 놀이터의 바닥 포장 문양도 아파트마다 다르다. 이처럼 각각의 다양한 시설물과 독립적이고 실용적이며 때론 장식적인 이런 공간들을 하나의 일체감을 갖고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창조적 사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건축, 인테리어도 진화하지만 조경공간들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의자, 어린이놀이기구 등 조경시설물 소재는 그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소재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재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하여 시공하는 자재도 많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다양한 소재 및 아이디어를 적용하려는 노력이다. 조경수목은 소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등 우리에게 익숙한 수종이 꾸준히 사용되고 있으며 작은 꽃나무 등은 과거에 비하여 상당히 다양화되고 있다. 벌개미취, 패랭이 등 야생화를 단지에 심어 자동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바로 출입문을 나서면 꽃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외부에 설치되는 시설물들이 많아지고 수목의 종류도 늘어나면서 아파트에서 관리해야 할 일거리도 많아졌다.

김재엽 화성산업 기술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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