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몸 불편한 母子 단둘이서…당뇨합병증 손문옥씨

입력 2009-12-23 10:37:50

한겨울, 문조차 닫기지 않는 낡은 단칸방에서 당뇨합병증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손문옥(62)씨와 복수가 차 올라 배가 불룩해진 김규수(37)씨가 힘없이 앉아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한겨울, 문조차 닫기지 않는 낡은 단칸방에서 당뇨합병증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손문옥(62)씨와 복수가 차 올라 배가 불룩해진 김규수(37)씨가 힘없이 앉아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주말 찾은 남구 이천동의 한 주택가. 다 낡은 한옥집의 문간방 한칸을 빌려 사는 손문옥(62·여)씨의 집에는 차가운 냉기만 돌았다.

한낮에도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진 강추위 속에서 손씨는 방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멍하니 넋을 놓고 앉아있었다. 나무틀로 된 방문이 너무 낡아 아예 닫히지 않다 보니 한밤중에도 문을 열어놓은 채 산다고 했다. 기름보일러는 난방유가 떨어져 가동하지 못한 지 오래됐고, 전기장판 하나로 한겨울 추위를 버티고 있었다.

방은 좁고 지저분했다. 방 한쪽에는 휴대용 버너와 냄비가 놓여 있었고, 여기저기 벌레가 기어다닐 정도였다. 모자가 모두 건강이 좋질 않다 보니 청소며 빨래는 미뤄 놓은 지 오래다. 방 안에서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손씨는 "당뇨로 인해 발가락 하나를 절단했고, 얼마 전에는 백내장 수술을 했다"며 "고혈압에 관절도 좋질 않아 방 안에서 밥을 짓고 라면을 끓여먹으며 살고 있다"고 했다. 말을 잇는 손씨의 치아도 듬성듬성했다. 당뇨로 치아가 다 빠지고 잇몸마저 내려앉았다.

그나마 작은아들 김규수(37)씨가 손씨의 곁을 지키고 있지만 김씨 역시 몸이 성치 않다. 엄마의 당뇨가 유전된 것인지 규수씨도 각종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다. 장애등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말도 조금 어눌해 일자리를 찾기도 쉽잖다고 했다.

지난해부터는 자꾸 배가 불러오고 있다. 잘 먹지도 못하는데 배는 아주 남산만 했다. 살이 쪄서 부른 것이 아니라 복수가 차 공처럼 빵빵하게 부푼 것이다. 김씨는 "올 초 좀 빠지는 것 같더니 다시 배가 불러와 지금은 거동조차 불편할 정도가 됐다"며 "병원에서 간수치가 좀 높다고는 했지만 정확히 검사를 해보지 않아 어디가 아픈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들 모자는 10년 전만 해도 남부럽지 않은 번듯한 가정에서 오순도순 살았었다. 남편은 세탁소를 운영했고, 건장한 두 아들은 철공소에 다니며 일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큰아들은 6년 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남편과 아들 한번 살려보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진 카드빚이 손씨의 목을 옥죄는 올가미가 되고 말았다. 치료비 수천만원의 빚을 갚느라 이들 모자는 인간 이하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매월 6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지만 카드빚을 갚는 데 매달 50만원이 지출되고 나면 밥과 라면으로 간신히 끼니만을 잇고 있다. 규수씨는 "남들은 당장 사는 것이 문제인데 그 빚 나중에 갚아도 된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러느냐"며 "내 아버지, 내 형을 살리자고 빌려 쓴 돈을 떼먹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순박한 큰 눈에서 눈물만 뚝뚝 흘렸다.

다음날 이들 모자는 이천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다. 손씨는 꾸준히 혈당조절만 하면 괜찮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아들 규수씨는 간경화 말기가 예상된다는 진단이 나와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함께 병원을 찾았던 최영광 사회복지사는 "아직 최종 진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규수씨의 경우 간경화 말기로 앞으로 상당기간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해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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