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자리에 가서 사회적기업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의 정의가 무엇인가?' 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나는 솔직히 아직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에 포함되어 있는 '사회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기는 하지만, 사회적이라는 말을 되뇔 때마다 가슴 저 깊이에서 반응하는 묘한 아름다운 울림을 감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적이라는 말이 풍기는 그 절제되지 못한 통속성에 까닭없는 당혹감으로 아찔해지는 순간도 있다.
그렇다 보니 사회적기업은 아름다움과 통속성의 경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기업으로 내게 다가온다. 앞뒤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밀어붙여도 살아남기 힘든 것이 기업인데, 흔들리는 기업이라니. 그러한 기업이 자본주의의 엄혹한 시장 논리 한가운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사회적기업의 이러한 경계적 특성이 나로 하여금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도록 만드는 이유다. 그러나 정의할 수 없는 그 모호함이야말로 바로 희망의 본거지일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있다. 무릇 경계에서 어슬렁거리는 존재는 정의하기 힘든 법. 역사가 우리에게 되풀이하여 가르치는 법칙의 하나는 경계적 특성이 가지는 그 모호함이 바로 세상의 모든 잠자는 것을 깨우는 혁신적인 발상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사회적기업이 희망인 것은 바로 이러한 경계적 성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기업을 소셜 벤처라고 부르는 것은 그야말로 적절한 방식이다. 통상의 벤처 기업이 기술혁신이라는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모험을 시도하는 기업이다. 이때 사회적 모험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경제적 거래 방식을 호혜적 성격으로 바꾸고, 그 경제적 거래의 시간 전망을 장기화함으로써 공동체 내부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모험적 실험이야말로 우리가 사회적기업을 사회적 벤처라고 부르는 진정한 이유다. 최근에 사회적기업을 통해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새로운 영역을 모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직 이윤만을 일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경계에서 사회적기업은 도저히 성립하지 않을 것 같은 착한 생산과 윤리적 소비를 꿈꾼다. 사회적기업은 실험되지 않는 한 새로운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벤처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적용되는 엄혹한 시장 경제 논리가 이미 벌써 좀 더 아름다운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다.
김영철 대구경북사회적기업지원센터장(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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