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리병원의 도입에 대한 정부의 발걸음이 바쁘다. 12월 10일 인천시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존스홉킨스메디슨인터내셔널(JHI)과 서울대병원이 협력해 병원을 만들고 운영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또한 현재 국회에 다양한 영리병원관련법이 심의를 거치고 있는데 병원이 채권 발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의료채권에 관한 법률'과 비영리법인 병원의 해산과 합병을 허용하고, 비영리 병원의 상업화를 촉진하는 '의료법개정안',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의료기관 등 설립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주도에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 전 국민 개인질병정보의 열람을 허용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논란은 우선적으로 건강보험 적자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영리의료법인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의료법인화는 의료발전을 시장에 맡김으로써 자유경쟁을 유도, 의료의 발전과 질이 급상승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를 바탕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국내 환자들의 해외치료를 방어함으로써 국부유출을 막아 내수를 활성화하며, 오히려 높아진 의료의 질을 통해 외국 환자를 유치함으로써 국부의 증가로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의 국내 관광을 유도함으로써 의료관광이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재정부담 경감의 반대로 국민부담의 증가에 대한 염려를 들고 있다. 결국 민영의료법인이 이윤을 추구함으로 인해 진료비용 상승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고, 의료 관련 연구비는 고스란히 의료소비자에게 전가되며 의료법인은 비보험분야를 집중 개척해 이윤 극대화를 노림으로써 의료체계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공보험은 무력화되게 된다. 결국 이런 의료는 부자와 빈자의 의료접근과 질의 차이를 결정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시행해 성공한 나라로 태국과 싱가포르 사례를 들곤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경우 80% 이상이 공공병원으로 일부 영리병원을 허용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태국은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의료관광객이 찾지만,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 체제는 이미 무너진 상태다. 또 다른 예로 미국의 경우 최근 '식코'라는 영화를 통해 보여 준 것처럼 의료부문에 자본의 논리가 적극 개입해 전체 국민의료비는 높은 편이나 의료 서비스의 질은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차등화되었고, 의료보장의 사각지대가 많은 국가이다.
특히 돈 많고 건강한 사람은 낮은 보험료를, 돈 없고 아픈 사람은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의료 수준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국민 건강 수준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국가이다.
한국의 경우 2004년 기준 국민의료비에서 차지하는 공공재원 비율이 51.4%에 불과해 OECD 국가의 평균 72.4%에 비해 20% 정도 낮으며, 또한 의료비 지출에서 본인부담이 차지하는 비율은 37%로 멕시코, 그리스 다음으로 높아 현 제도 하에서도 일반 국민의 의료 부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정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의료 선진화라고 하는 것이 병원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민영화하는 것만은 아니다. 대형 병원과 비보험 급여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신경외과'성형외과'안과'피부과 등에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정말 필요하고 생명 유지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된 과목인 산부인과'소아과'외과 등의 의료수가를 현실화해 침체된 의료계를 살리고, 더 저렴하고 편리하게 국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도 수입이 안정적이고 보험적용이 잘 되지 않는 성형외과, 피부과가 급속하게 비대해 기본 의료행위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정부가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의료업계의 이윤을 보장하는 것이 될 것이며, 특히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저소득층에게는 또 다른 생계의 부담으로 작용, 계층갈등을 촉발시키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현실에서 최소한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영리 병원의 설립보다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선의 과제이며 건강보험의 의료보장성이 현재보다 최소한 20% 이상 개선된 이후에 건강보험의 보완적 수준에서의 민간 내지는 영리 병원의 도입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지방의 속출하고 있는 문을 닫는 병원들을 인수해 의료시설과 장비를 일신하고, 우수한 의료 인력을 유치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양질의 공공병원을 확충하기 위한 계획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심성지 경일대 교수 사회복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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