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민여성 이주노동자 70여명 구미서 특별한 송년회

입력 2009-12-21 10:04:47

다문화 희망찬가 유쾌한 마무리

사물놀이 연주에 춤사위가 펼쳐지자 청중 사이에 적막이 흐른다. 알록달록 수려한 한복을 차려입은 무희의 우아한 동작이 펼쳐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움직인다. 소리꾼이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시작하자 급하게 배운 추임새를 제법 멋들어지게 넣는다. '아리랑'을 부르며 목을 풀더니 '진도아리랑'의 흥겨운 후렴구를 따라하며 웃음을 짓는다.

20일 오후 구미시 마하붓다센터 강당에서 특별한 송년회가 열렸다. 결혼이주여성 및 이주노동자 쉼터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연말을 앞두고 연 '2009 노동자와 함께하는 송년 So Long' 행사로, 구미와 인근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70여명이 참가했다. 중국과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네팔 등 참가자들의 국적은 다양했다. 피부색이 다른 만큼 말하는 언어도 달랐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행동거지는 영락없이 한국 사람이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촬영을 하고, 동포들끼리 수다를 떨다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기념촬영도 했다. 장기자랑으로 상품인 담요를 받을 때는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이날 모인 이주민들은 노래와 악기 연주 등 장기자랑을 하고, 센터에서 준비한 음식도 먹으며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함께 가는 한 해를 아쉬워했다.

이날의 마지막 행사는 한국문화 배우기 체험. 고구려 고분 벽화의 기마도와 조선 민화 '호작도' 탁본에 연 만들기 시간. 연을 만든 이주민들은 바깥으로 나가 자신이 만든 연을 날리며 다시 한번 마음껏 웃었다.

마하붓다센터 대표 진오 스님은 "올 한 해는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이웃돕기 모금에도 나서고 외국인 강사들이 센터를 돕는 등 의미 있는 한 해였다"며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와 해외 이주민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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