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신기술, 뻔한스토리…카메론 감독 12년만의 야심작
열광적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야심적인 신작 '아바타'(Avatar)를 '타이타닉' 이후 12년 만에 들고 나왔다. 17일 국내 개봉이 되기 전부터 예매율에서 압도적 선두를 질주, 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기대를 반영했다. 누리꾼들은 높은 평점(네이버 평점 9.10대)을 부여, 호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술적 진보에 대한 찬탄과 함께 진부한 이야기에 대한 실망감을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거대한 야심과 집요한 추진력으로 똘똘 뭉친 카메론 감독은 좋게 말하면 '아바타'에서 하나의 신세계를 창조했으나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로 긴 상영 시간(162분)을 때로 지루하게 만들면서 기술적 진보를 빛바래게 한다.
◆야망의 화신, 제임스 카메론 감독
"나는 세상의 왕이다."
1998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카메론 감독이 득의만면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을 때 그는 즉각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많은 사람들이 1960년대 지구 최고의 인기에 도취돼 "우리는 예수보다 유명하다"고 외친 비틀즈를 떠올리며 그의 하늘을 찌를 듯한 오만함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는 그런 말을 할 만큼 당시 대단했다. 거대한 스펙타클의 영화 '타이타닉'이 전지구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명예의 아성을 쌓았다. 그는 대담한 기획과 추진력,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 '타이타닉'을 밀어붙였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통쾌하게 잠재우면서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두었다.
카메론 감독은 강한 자신감과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재능있는 연출자이자 무엇보다 혁신적인 기술을 끊임없이 추구해온 선구자이다. 1989년 2시간 20분짜리 심해 스릴러 영화 '어비스'를 통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특수 효과를 선보인 그는 '터미네이터 1'(1984년 작)을 통해 미래 세계에 대한 암울한 경고의 메시지로 철학적 깊이를 담아 한 단계 진보했다. '터미네이터 2'(1991년 작)에선 영화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파격적인 컴퓨터그래픽으로 경탄을 자아냈다. 또 그가 만든 '에이리언 2'(1986년 작)'는 뛰어난 네 개의 시리즈 작품 중에서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카메론 감독은 2시간이 넘는 대작을 지향하며 그 속에서 거대하고 혁신적인 영상을 추구해왔다. 모험가이자 야심가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뛰어난 이야기꾼이기보다는 훌륭한 영상으로 세상 사람들을 스크린 앞에서 장악해 버리겠다는 그의 두려움 없는 전진은 신기술로 가득 찬 후속 작품들의 탄생에 기여했다.
◆외계 세계의 완벽한 구현-이모션 캡처의 등장
가까운 미래, 에너지 고갈 문제에 봉착한 지구인들은 머나먼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려고 한다. 그러나 판도라의 대기는 독성이 가득하고 판도라의 원주민 '나비'와 기괴한 동물들은 크나큰 위협이다. 외계 원주민 나비는 인간보다 훨씬 큰 키와 날렵한 몸체, 푸른 피부와 노란 눈자위, 뾰족한 큰 귀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자원 탐사대는 그레이스 박사(시고니 위버 분)의 지휘 아래 '나비'의 원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종이 가능한 새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 실행에 옮긴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딩튼 분)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되고 자원 채굴을 막으려는 '나비'의 무리에 침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임무수행 중 '나비'의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를 만난 제이크는 그녀와 함께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자신의 임무와 사랑, 인류애적 가치 사이에서 점차 갈등하게 되는 제이크는 그레이스 박사와 함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카메론 감독은 고교생때 부터 얼개를 그리고 1995년 이 아이디어를 완성, 14년의 구상과 4년간의 제작 기간 끝에 '아바타'를 탄생시켰다. 판도라 행성의 거대하고 독특한 자연과 인체의 세부적인 표현이 성공적으로 완성됐고 여기에는 '이모션 캡처'라는 눈부신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한몫했다.
허공에 떠있는 산, 강한 에너지로 가득한 지역, 공룡과 비슷한 기괴한 동물 등이 눈길을 끌며 특히 이모션 캡처를 활용한 인체의 움직임은 평가할 만하다. 이모션 캡처는 배우들이 머리에 초소형 카메라를 쓰고 연기를 하면 카메라가 얼굴 전체를 실시간으로 캡처해 모공의 움직임까지도 컴퓨터그래픽화하는 기술이다. 이전의 영화들이 분장 기술과 모션 캡처를 이용, 눈동자의 움직임과 핏줄이 비치는 피부의 투명성을 표현하지 못해 사실감이 떨어졌던 것에 비해 이모션 캡처 기술은 동공 크기의 변화, 눈썹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잡아낸다. 이 영화는 일반 디지털과 디지털 3D, 아이맥스 3D의 3가지 화면 방식으로 제작됐는데 아이맥스 3D 화면은 정말 볼 만하다는 평가이다.
◆미국의 서부 정복을 차용한 진부한 스토리
한 차원 다른 화면이긴 하지만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뛰어난 화면은 그동안 많이 봐 왔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해리 포터 시리즈, 킹콩 등의 영화들이 그렇다. 허공에 떠있는 산과 색다른 밀림이 그다지 새롭긴 할 것인지, 장쾌하긴 하지만 기갑전, 비행선과 거대한 새와의 대결 등 육지와 하늘에서 펼쳐지는 전투 장면이 새롭긴 할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긴 쉽지 않다.
이야기 전개를 보면 대체 자원을 찾아 나선 지구인들은 미국 서부 시대의 백인과 등치시킬 수 있고 외계 원주민 나비는 미국 서부 시대의 인디언 원주민들을 연상시킨다. 지구인 주인공 제이크가 갈등 끝에 원주민 편에 서게 되는 과정 역시 너무나 익숙한 할리우드식 전개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구태의연하고 진부하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비판하는 입장에 섰던 미국의 평론가들은 "스머프 포르노", "우주에서 늑대와 춤을"이라며 깎아내렸다. 카메론 감독이 최고의 기술이 스며든 화면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그럴듯한 스토리로 '아바타'를 만들었지만 어릴 적 보았던 무수한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모티프를 따와 완성시킨 스토리는 그 자체로 한계를 안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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