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고 축구 4인방, 엇갈린 지도자 인생

입력 2009-12-18 09:14:29

"청구고 축구 4인방을 아시나요?"

1970년대 후반 청구고 축구 전성기의 4인방인 변병주, 박경훈, 백종철, 백치수의 엇갈린 지도자 인생이 눈길을 끌고 있다. 1977년 청구고 입학 동기인 이들은 1979년 부산 청룡기, 대통령금배, 문화체육부 장관기 등 5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는 등 청구고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 뒤 이들은 각각 대학에 진학, 헤어지는 듯했지만 1학년 때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면서 다시 만났고, 프로 선수 생활을 거쳐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도자로 변신, 후학 양성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2009년, 이들 4인방은 프로축구 감독 사임 및 부임, 그리고 도전이라는 비슷하지만 다른 기로에 서 있다.

선수 시절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선수는 '총알'로 유명한 변병주 전 대구FC 감독. 월드컵 등 A매치 98경기를 뛰며 한국의 대표적인 공격수로 이름을 떨쳤다. 변 감독은 이후 청구고 감독을 거쳐 2006년 대구FC 감독으로 취임하며 프로 감독으로 가장 먼저 발을 디뎠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선수 선발 과정에서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 힘들게 재계약한 감독직을 사임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수비수 출신인 박경훈 감독은 변 감독의 사임과 때를 같이하며 프로축구 감독에 부임,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국가대표 10년간 A매치 99경기 출전 등 변 감독 못지않은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한 박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능력을 발휘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변 감독에 앞서 청구고 감독을 맡았던 박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 코치, U-17 청소년대표팀 감독, 전주대 교수 등을 거쳐 지난달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에 선임돼 프로 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축구인 사이에선 '지장'(智將)으로 통한다.

백종철, 백치수 감독은 현재 변병주 감독 후임 대구FC 감독 후보로 거론되며 '4인방' 간의 묘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청구고 감독으로 부임한 백치수 감독은 해군사관학교 및 경일대 감독을 역임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용장'(勇將)으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1983년 전국 대학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상을 받았고, 프로에 입문, 포항에서 7년간 공격수로 활약했다.

10년 동안 영진전문대 여자축구단을 이끌고 있는 백종철 감독은 선수 시절 '득점 기계'란 별명을 얻으며 한때 프로축구 돌풍의 중심에 서 있었다. 1984년 창단한 현대 입단 후 현대의 첫 골과 첫 승을 이끌었고 그해 신인으로 득점왕에 오르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또 1993년부터 6년 동안 당시 일화의 코치를 맡으며 연속 리그 우승 등 일화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2004년엔 여자 U-19 대표팀 감독을 맡아 세계 최강 중국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는 등 지도자로서도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덕장'(德將)이라는 평가와 함께 축구인들 사이에서 '양심가'로 불리는 등 깨끗한 이미지로 좋은 평판을 쌓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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