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나도 판타지를 꿈꾼다
아이들은 판타지를 좋아한다. 판타지를 읽는 것은 단순한 이야기책 속으로의 도피가 아니다.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영혼을 성장하게 한다. 가끔 어른들은 아이에게 판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는다. 지식과 정보만으로 아이들이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판타지가 필요하다. 어른에게도 이따금 그러한 것처럼.
판타지에도 훌륭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훌륭한 판타지를 읽는 것은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판타지의 효과는 무엇일까? 그리고 훌륭한 판타지 작품은 어떤 것일까?
'일본 사상계의 살아 있는 지성'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일본 융학파의 선구자이기도 한 가와이 하야오의 '판타지 책을 읽는다'에서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세계의 주요 판타지 작가 13명의 작품을 분석한 비평집이다. 주로 아동문학에서 명성이 높은 작가들이다.
저자는, 판타지라고 하면 공상으로의 도피라는 말을 떠올리며 낮게 평가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판타지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도피는커녕 현실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시이 마코토의 '사라진 구로'를 예로 들어 판타지를 설명한다.
초등학생 하루야마 이치로가 학교에 가려는데, 항상 자기를 따라오던 개 구로가 보이지 않는다.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이 전학생을 데리고 왔는데, 그 아이의 얼굴이 자기와 똑같다. 그 뒤로 이치로에게 놀라운 일들이 잇따라 벌어진다. 한번은 옛날 잡지에 실린 남의 글을 베껴서 글짓기 숙제를 해 갔는데, 다로도 똑같은 글을 발표하고 선생님한테 칭찬을 듣는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이누마루 다로는 하루야마 이치로를 대신해서 반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이치로는 분해한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누마루 다로는 없다. 아직 이치로는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이치로가 학교 가는 길에 한순간 체험했던 이 판타지 덕분에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현실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미야자와 겐지의 '달밤의 전봇대'를 예로 든다. 어느 날 밤, 교이치가 기찻길 옆 평지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차단기가 '덜컥'하고 내려가자마자 전봇대가 군가를 부르며 행진을 시작하는 것이다. '돗테테돗테테, 돗테테도'하고. 달밤에 군가를 부르는 전봇대, 그 상상력이 재미있지 않은가.
인형의 집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형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의 진실을 전달하는 루머 고든의 '인형의 집'은 물건과 마음이라는 코드로 사물을 해석한다.
'사후세계'라는 독특한 판타지 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형제의 모험 이야기를 그리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도 소개한다. 스웨덴의 유명한 어린이 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형' 요나탄과 오랫동안 병을 앓아 침대에 누워 있었던 동생 카알이 주인공이다. 두 소년은 사후세계인 낭기열라에서 모험을 한 뒤 그곳보다 더 멋진 나라인 낭길리마로 비상한다. 그 외에 E.L. 코닉스버그, 폴 갤리코, 필리파 피어스(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메리 노튼(마루 밑 바로우어즈), 조지 맥도널드, 어슐러 러귄(어스시의 마법사) 등이 소개된다.
판타지를 읽는 효과는 무엇일까? 저자는 어린이 책에는 '영혼의 현실'이 훌륭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판타지 작품은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전달한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과 그 깊은 내면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영혼의 작용을 접하는 심리 치료사로서, 어린이 문학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인간의 영혼은 항상 인간의 마음속에 판타지를 심어주며, 판타지는 영혼의 발로라고 한다.
저자 가와이 하야오는 일본의 문화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며,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다', '그림책의 힘', '나쁜 아이가 세상을 바꿨어요'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 걸쳐 많은 저서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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