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들여다 보기] 중견 여배우들 지상파 파워 과시

입력 2009-12-17 14:14:33

2009년은 공중파 드라마에서 중견 여배우의 힘을 확인한 한 해였다. 30대의 나이로 90년대에 데뷔하거나 스타로 부상하며 절정의 활동을 한 70년대 출생의 소위 '397 여스타들'로 불리는 이들 중견 여배우들은 올해 드라마의 주연을 도맡으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고 있다.

SBS '아내의 유혹'의 장서희는 1989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를 했지만 '인어 아가씨'의 주연으로 발탁되기 전까지는 단역만 도맡아왔다. 오죽하면 '주인공 친구' 역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까. 하지만 맡은 역마다 최선을 다하는 장서희의 모습을 눈여겨본 임성한 작가가 장서희를 파격적으로 발탁했고, '인어 아가씨'를 통해 단번에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올해 장서희가 주연을 맡은 SBS '아내의 유혹' 역시 장서희가 1인 2역을 맡아 이끌어간 드라마로,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일일드라마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장서희의 시청률 파워가 입증된 셈이다.

장서희와 함께 출연했던 김서형 역시 마찬가지다. 신애리 역을 맡아 '버럭 애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열연한 그는 1994년 KBS 공채 16기로 데뷔해 개성적인 연기를 보였으나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다. 김서형은 이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고, 지금까지 연기생활 가운데 최고의 출연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탤런트 김남주도 결혼 후 활동이 주춤했으나 MBC '내조의 여왕'으로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그녀는 아줌마 천지애 역을 맡아 억척스럽고 천진난만한 아줌마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세련되고 도도한 이미지에서 편안한 이미지로 변신하면서 드라마 이후 화장품, 통신, 주유소, 카드 등 각종 CF를 섭렵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중견 배우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배우는 고현정이다. MBC '선덕여왕'의 고현정은 첫 사극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팜므파탈적인 카리스마로 시청률 40%를 넘길 수 있었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미실' 역을 통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창출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2009 연기대상'의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여배우들'에서는 기존 신비주의 이미지를 깨고 여배우로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연기해 고현정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SBS '스타일'의 김혜수는 '엣지 있는 패션'의 정도를 보여준 배우. 김혜수는 드라마 '스타일'로 인기를 끌면서 '타짜'로부터 시작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드라마에서 '엣지있게'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미니스커트, 오프숄더 드레스 등 다양한 스타일을 드라마에서 선보이며 최고의 베스트 드레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MBC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의 여주인공 신은경 역시 10% 후반대의 시청률 견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조폭마누라' 등으로 당찬 역할을 보여주다가 이 드라마를 통해 비극의 주인공으로, 강한 어머니의 역할을 소화하며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30대를 훌쩍 넘긴 여배우들의 선전은 우선 이들 여배우들이 폭넓은 연기력과 다양한 이미지, 농익은 연기력으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단지 '예쁘기만 한 배우'를 포기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역에도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다.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 중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인기는 더욱 커졌다. 또 10, 20대 주연의 트렌디 드라마에 식상한 시청자들도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들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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