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잃은 유림마을
경주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추락사고로 17명이 사망하고 13명의 중상자를 낸 유림마을은 졸지에 온마을이 초상집으로 변했다.
사고소식을 전해들은 16일 밤 경로당을 비롯한 일부 불이 켜진 집안에서는 간간이 울음소리와 한숨소리만 들려올 뿐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주민 대부분이 사고소식을 듣고 병원과 경찰서 등으로 가 마을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더욱 스산해 보였다.
이 마을은 '유림'이라는 마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주 도심 부근의 전통마을이다.
경주 도심의 팽창으로 마을 일대가 아파트 지역에 편입되면서 현재 5, 6가구만 모여 있지만 한때 80여가구, 4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이 터전으로 살던 곳이다. 그러나 아파트에 편입된 마을 주민들도 고향마을을 떠나지 않고 인근에 그대로 모여 살면서 마을의 전통과 대소사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런 평온했던 마을의 운명이 보름 전쯤 갈렸다.
신종플루 등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모 관광버스 회사에서 2만5천원의 금액에 언양으로 온천관광을 시켜준다고 제안했고 마을 주민들도 이에 동의, 온천관광을 가기로 한 것. 그러나 사건 발생 4일 전 모 건강식품에서 마을을 방문해 영천에 있는 건강식품 농원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1인당 1만원을 제시하면서 관광코스가 바뀐 것이다.
영천에 가지 않았다면 사고가 난 남사재를 넘지 않고 바로 고속도로를 통해 경주로 올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회 총무 손진생(62)씨는 "유림마을은 경주에서도 보기 드문 장수마을인데, 이제 온 마을이 초상집으로 변해 살아남은 사람은 모두 상주가 됐다"고 울먹였다.
특히 이날 사고로 최영원(74) 이금자(73·여)씨 부부가 사망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또 박종대(70) 서남현(70·여)씨 부부는 중상을 입고 함께 치료를 받다가 서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지 5시간여 만에 숨졌으며, 중상을 입은 김방우(79)씨와 숨진 전금숙(76·여)씨도 부부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금숙씨의 유족인 김홍식(54)씨는 "온천관광을 간다며 어린애처럼 좋아했는데,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 몰랐다"고 오열했다.
그러나 이날 함께 온천관광을 가기로 했던 숨진 마숙인(73)씨 부인 김귀선씨는 몸이 아파 버스를 타지 않아 화를 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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