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사재서 관광버스 추락, 경주 황성동 유림마을 노인들 참변
노인 30명을 태우고 온천관광을 다녀오던 관광버스가 16일 오후 5시 40분쯤 경주시 현곡면 남사재 지방도로 급경사에서 굴러 17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탑승자들은 경주시 황성동 유림마을의 70, 80대 노인정 회원들로 16일 울산 온천 나들이에 나섰다 영천시에 들러 쇼핑과 식사를 하고 돌아오다 참변을 당했다.
수십년 이웃 사촌과 부모, 형제를 한꺼번에 잃은 마을 주민들은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사고 즉시 대책본부를 구성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사고 경위 및 원인
17일 오전 경북지방경찰청은 경찰청 사고분석팀과 도로교통안전공단, 경주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 등과 사고원인 합동 조사 및 현장검증에 나섰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 훼손을 막기 위해 순찰차와 경찰관을 배치했다.
16일 오후 사고가 발생한 경주시 현곡면 남사재 지방도로는 왕복 2차로의 좁고 험한 산중도로다. 관광버스는 추락직전 가드레일을 뚫고 경사 40도 정도의 낭떠러지 30미터 아래로 떨어져 한참을 구르다 나무에 걸려서야 겨우 멈췄다. 버스 지붕이 폭삭 내려앉을 만큼 강한 충격을 받았다. 버스가 절벽으로 떨어지면서 몇 바퀴 구른 것으로 추정되며 부상자 서너명은 버스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탑승자 대다수가 고령의 노인들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가 늘어났다.
경찰은 기어 변속 과정에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운전 미숙이나 차량결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사고 지점 주변에 남아있는 버스의 타이어 자국(스키드 마크) 등을 참고해 사고차량 운전기사와 부상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생존한 사고 차량 기사 권모(56·골드관광개발 소속)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씨는 "사고지점 근처에서 기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 승객들은 "차가 갑자기 출렁대더니 '쾅'하는 굉음과 함께 굴러 떨어졌다"며 "대부분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사고 직후 뒤엉켰고, 몇몇은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승객 대부분이 노인들이어서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계에 이상이 있었는지, 운전에 문제가 있었는지 정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구조 및 치료
사고 발생 직후 경찰과 119구조대는 현장에 240여명의 인력과 구급차 25대, 펌프차 등 30여대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119구조대는 유압절단기로 버스 차체를 절단하고 찌그러진 차체를 펴면서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구조 대원들은 "버스가 완전히 찌그러진 탓에 버스 안으로 들어가기가 힘들었다"며 "버스 안은 의자 등이 뜯겨 나올 정도로 엉망인 상태여서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구조대가 31명의 탑승객을 한 명씩 버스 밖으로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3시간 가까이 걸렸다. 차량이 심하게 파손돼 버스에 타고 있던 노인들이 사고가 나기 전 안전띠를 매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꺼번에 위급한 환자가 생기면서 경주 지역 의료진과 구급진들도 총출동했다. 부상자들은 경주 동국대병원과 굿모닝병원, 경주 동산병원, 현대병원 등 경주시내 의료기관으로 분산 이송됐다.
◆보상 및 사고 대책
경상북도는 단일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가 역대 최다에 이른 만큼 즉각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해 보상과 장례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주시도 이날 시청 지하에 사고수습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보상금 협의 및 중재, 장례절차 및 장지 협상, 조문단 구성 등을 지원하고 했다.
사고 버스가 소속된 회사와 전세버스조합 관계자들도 현지를 방문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사고 버스는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공제조합에 종합보험 형식의 보험에 정상적으로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조합 가입 차량은 대인배상 때 승객의 수에 상관없이 모두 무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경주 참사 사상자 명단
◇사망자(17명)
▲동국대병원 △최영원(74) △황희남(84·여) △이임순(80·여) △전종삼(71) △마숙인(73) △양태근(75·여) △이금자(73·여) △박병용(76) △박동우(73) △서남현(70·여) ▲경주 동산병원 △이용수(71) △김주호(71) △송태순(82·여) △우분남(68·여) △이석임(71·여) ▲한마음병원 △추소돌(88·여) 전금숙(76·여)
◇부상자(14명)
▲현대병원 △김영하(76) ▲동국대병원 △이병옥(70·여) △김필원(74·여) △고말주(67·여) △김영준(60) △이태우(70·여) △김방우(79) △이시우(72) ▲경주 동산병원 △신달식(72) ▲굿모닝병원 △전달열(70) △박종대(70) △박월선(67·여) △신경향(71·여) △권대근(56·버스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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