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신도들에게 '예수쟁이', 기독교도로부터 '절집 처사'라 불렸고, 경상도 사람이지만 전라도적 정서가 강해서 '족보가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손가락질당했으며, 번역을 생업으로 삼고 미국에서 오래 산 덕분에 한글 순혈주의자들로부터 '미국 놈 똥구멍 빨다 온 사람'으로 매도당했고, 영어 공용론자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아서 '언어 국수주의자'로 몰리기도 했던 사람." 소설 '내 시대의 초상', 번역서 '장미의 이름'의 작가 이윤기씨가 스스로를 평가한 글이다.
저자는 '꽃 대접받기에는 애초에 틀린 인생'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나는 꽃이 아닌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꽃 대접 비슷한 걸 더러 받는 걸 보면, 잎이라도 예쁘게 피워 올리려고 무진 애를 쓰기는 한 모양이다. 그러면 되었지 뭐." 저자는 '꽃' 인생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 나름 사회의 약자이며 소외된 자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한국 사회의 병폐를 특유의 유머로 날카롭게 꼬집으며 그래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번 책은 2004년 출간된 같은 제목의 책을 다시 다듬고 내용을 첨가해 28편의 글을 엮은 것이다. 즐거운 글읽기에 딱 적합한 책이다. 296쪽, 1만2천원.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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