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 연석 협의회에서 발표된 정부의 '2010 지역산업진흥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중앙정부 대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에 필요한 전략산업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많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지역 산업 현실과의 괴리를 불러온 지역전략산업의 지역 간 중복 방지라는 고정된 틀을 깨고 과감한 유연성과 자율성을 부여한 합리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고 선정하는 실질적인 지역 맞춤형 산업정책을 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입장에는 예산의 투자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의 실질적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예산 배분 및 증감을 위한 사업성과 평가가 매우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지자체는 단기적으로는 지역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장기적으로는 지역 경제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산업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역 과학기술 발전 전략과 산업 육성 정책을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지역의 지속발전가능 지역산업과 글로벌 중소 중견기업 육성에 필요한 미래 산업 기술을 선진국 동향을 통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미래성장산업을 육성하여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프랑스 정부는 핵심기술 연구조사사업을 전개해 2010년부터 약 350억유로의 거대한 기술개발 투자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경제일간지인 '레제코'(Les echos)는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최근에 발표한 미래 10대 유망기술을 밝혔다. 생물학과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 및 바이오 산업분야 기술로는 ▷임플란트와 바이오 인공삽입물 ▷줄기세포 배양기술 ▷텔레의학 기술 ▷건강 환경을 위한 나노기술 등이며, 소재물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 및 에너지 산업 분야 기술로는 ▷배터리 제조기술 ▷제3세대 바이오 연료 생산기술 ▷제4세대 원자로 기술 ▷태양전지 생산기술 ▷무선주파수 인식기술 ▷슈퍼 컴퓨터 시스템 구성기술 등이 선정됐다.
선정된 미래유망기술은 생물학, 소재물리학 등을 비롯한 기초과학에 바탕을 둔 융복합 응용기술로서 핵심 산업원천 기술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석연료 의존을 탈피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을 전 지구적 과제로 규정하면서 세상을 바꿀 신기술로 ▷대기권 밖 태양광발전 ▷산소로 충전되는 자동차 배터리 ▷고효율 에너지 저장장치 ▷이산화탄소 처리기술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 등 다섯 가지 그린에너지 기술을 선정하여 소개했다. 이 기술들은 모두 10년 이내 산업화가 가능한 기술로서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미래 기술들은 물론 국가적인 차원의 화두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지자체의 지역 산업 육성 전략과 정책적 관점이나 성장 동력 확보에 고민하는 기업의 관점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바이오 인공삽입물, 줄기세포 배양기술 및 텔레의학 등은 지역을 위한 국가사업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과 그린 에너지 관련 기술은 초광역경제권 선도산업을 뒷받침하는 산업원천기술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추진 중인 연구개발 특구 유치를 위한 기술개발 내용으로도 한번쯤 고려해볼 일이다.
최근 정부 부처나 국회 주변에서 얇은 서류 봉투 하나씩 들고 있는 낯익은 지자체 인사들을 많이 만난다. 예산확보를 위해 사업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 지역의 희망을 본다. 하지만 당혹감도 든다. 예산철 막바지에 바쁘다는 것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준비가 부족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지역진흥 사업이 지자체 자율 시스템에 따라 시행된다면 이러한 모습들이 줄어들 것이지만 실효성 있는 지역산업진흥정책을 마련하자면 모든 지역경제주체를 아우를 수 있는 개방적이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큰 생각과 즉흥적이 아닌 충분한 기간을 갖고 차분히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강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구경북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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