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남극점 밟은 아문센

입력 2009-12-14 07:43:25

역사는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 특히 탐험의 역사는 더욱 그러하다. 영국의 극지 탐험가 로버트 스콧은 천신만고 끝에 1912년 1월 17일 남극점을 밟았지만 거기에는 이미 노르웨이 국기가 꽂혀있었다. 이미 33일 전인 1911년 오늘 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밟은 로알 아문센이 남긴 것이었다.

남극점을 둘러싼 스콧과의 경쟁에서 아문센이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발상의 전환에 있었다. 아문센은 귀환 때를 대비해 식량 일부를 곳곳에 남겼다. 자연히 전진 속도는 빨라졌고 체력 소모는 줄었다. 또 에스키모처럼 개썰매를 이동 수단으로 선택했고 귀환길에 식량이 부족해지자 개를 식량으로 이용했다. 반면 스콧이 선택한 모터썰매와 조랑말은 영하 40℃의 혹독한 추위로 초장에 고장 나거나 얼어죽었다. 이미 승부는 결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스콧 일행은 귀환 도중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전원 사망했다.

아문센의 목표는 당초 북극점이었으나 미국의 피어리에게 선수를 빼앗기자 남극으로 방향을 돌렸다. 1등은 뺏겼지만 1926년 비행선을 이용해 북극점을 가로지르는 데 성공했다. 1928년 비행선을 타고 북극탐험에 나선 이탈리아 탐험가 움베르토 노빌레의 구조에 나섰다가 행방불명됐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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