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사업은 선거와 관계없이 진행돼야

입력 2009-12-12 09:00:00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입지 타당성 조사 결과를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가 대구시와 경남'북도의회 신공항 특별위원회와의 공식 면담에서 밝힌 입장이다. 용역 결과는 내주 나오지만 금년 중 발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초 지난 9월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3개월 연기한 데 이어 다시 내년으로 미룬 것이다.

게다가 국토부를 다녀온 대구시의회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신공항 건설의 적정성 문제와 과도한 예산까지 들먹이며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까지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자치단체 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신공항 입지 선정을 굳이 선거 이전에 발표, 불필요한 지역 갈등을 만들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신공항 계획 자체를 수정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선거를 의식한 국가 계획의 연기는 공정성을 의심받게 한다. 국가적 사업은 선거와는 무관하게 진행돼야 한다.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다면 공정성과 타당성을 의심받게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선거나 치르고 보자는 식의 헛공약이다. 세종시 건설 계획의 수정을 놓고 선거 기간 중 원안 추진을 약속했던 대통령이 직접 "표 때문이었다"며 사과한 게 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선거나 치르고 보자는 생각이라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을 몰고온다.

20일 신청사 후보지 선정을 위한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대구시도 청사 후보지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방선거 이전 후보지가 발표되면 지역 간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청사가 비좁아 일을 못 할 지경이라면 새 건물을 짓는 일은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 시청이 어느 동네로 가느냐를 놓고 대구시민들이 서로 다툰다면 이는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이해와 설득으로 풀어야 할 일이다. 선거 때문에 미룰 일이 아니다.

공항이나 청사 후보지 선정으로 인한 주민들의 반발과 갈등을 우려함은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선거를 의식한 행정처분은 당장의 갈등보다 더 큰 후유증을 낳는다.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공항과 시청 청사의 유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랬다가 만일 선거 이후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그땐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위한 일꾼을 뽑는 일이다. 선거를 핑계로 각종 사업을 미루는 일은 국민과 주민의 기대를 무시하는 처사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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