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주인공 황태경 역 장근석

입력 2009-12-10 14:00:59

'허세'버리고 연기로만 승부

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SBS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이하 '미남')는 동시간대 최강자 KBS 2TV '아이리스'와 맞대결을 펼친 탓에 줄곧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을 맞이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한 결과다.

하지만 대작 '아이리스'와 정면대결을 펼친 점과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배경으로 한 10대 취향에 가까운 판타지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전한 수치다.

작품을 끝마친 주인공 '황태경' 역의 장근석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장근석은 아쉬운 가운데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아이리스' 때문에 손해 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굳이 아쉬움이 있다면 대진운이 아닌 '내가 좀 더 잘했다면…'과 같은 아쉬움이죠. 개인적으로는 '아이리스'에도 관심이 가서 본방송은 '미남'을 봤지만 재방송은 '아이리스'를 보기도 했어요."

특히 장근석은 '미남'을 통해 연기 폭을 넓히고 자기 자신을 한 단계 성숙하게 변모시킨 것 같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꽃남'을 안했기 때문에 '미남'을 할 수 있었어요. 돌이켜보니 제게 큰 행운이었죠. 20대 초반 나를 가장 잘 빛내줄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찾느라 고민했었는데 '태경'은 안성맞춤이었어요. 그래서 가장 나다운 옷을 입고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캐릭터 연기는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캐릭터가 강한 탓에 연기하기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자신을 캐릭터에 일치시키는 점이 어려웠다고.

또, 장근석은 전작 '베토벤 바이러스'가 음악을 소재로 다루고, 주인공의 성격이 까칠한 것 등 비슷한 점이 많아 '하기 쉬운 비슷한 작품을 고른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자기중심적인 성격과 캐릭터의 본성은 강마에나 태경이나 비슷했어요. 그래서 태경만의 색깔을 찾지 위해 노력했죠. 그래서 일부러 '베바'를 보지 않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이나 '아마데우스' 등 해외 작품 등에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극 초반 '미끌헤어'를 하고 까칠하게 굴던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극 중에서는 까칠했던 장근석. 하지만 그는 카메라 밖에서는 평범하게 살기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동안에는 다소 어둡고, 차갑고 나이보다 많은 역할을 맡았는데 자신의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이 몸에 배어있어야 했던 것.

특히 장근석은 이 과정에서 그동안 자신을 수식하던 '허세 근석'이라는 껍질도 깼다. 그는 스타가 주는 인기와 유명세보다는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먼저 고민한다고 한다.

"솔직히 예전엔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미니홈피도 열심히 꾸몄고 멋진 글들도 남겼죠. 그래서 '허세 근석'이란 말도 나온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예전에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가요. 제 PR은 연기로서 보여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글을 쓰고 셀카 사진을 찍어 보여서 남이 봐주기를 바라고 제 개인적인 삶까지 들춰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허세'를 버리니 연기자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한결 자유로워졌다는 장근석. 그래서 그는 학교생활(한양대 연극영화과)에도 전에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촬영으로 바빴지만 틈틈이 출석도 했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상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은데 학교는 계급장 떼고 허물없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곳 같아요. 얼마전 학교에서 하석진 형을 만나 수다를 떨었는데, 석진이형도 학교생활 6년 만에 재미를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학기 필요 학점은 이수해도 성적은 좋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지난해 MBC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한 이후 곧바로 올해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과 SBS '미남'에 잇따라 출연하며 바쁜 한 해를 보냈던 장근석.

그는 '미남'을 끝내고 모처럼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얼마전 '미남' 멤버들과 스키장에 다녀왔다. 하지만, 추운 게 싫어서 방 안에서만 지냈다고.

그리고 촬영을 다 마친 후 처음으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팬들의 반응도 살펴봤다가 좌절했던 일화도 농담 삼아 털어놓았다.

"얼마전 처음으로 인터넷을 봤어요. 제 일본 팬 미팅에 2,000명이 몰렸다는 기사보고 힘이 났는데 스크롤을 조금 내려 보니 같은 시기 있었던 이민호씨 팬 미팅엔 8,000명의 팬이 몰렸다는 기사를 보고 좌절하기도 했어요."(웃음)

여유를 찾은 만큼 장근석은 차기작 역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할 예정이다.

장근석이 가장 욕심을 내는 작품은 연상녀, 연하남 커플의 밝고 경쾌한 사랑을 그린 로맨틱 멜로물이다.

"진한 캐릭터의 모습이 아닌 힘 빼고 풀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굳이 꼽자면 일본드라마이자 곧 영화화 될 예정인 '너는 펫' 같은 작품이에요. 하지만 어떤 작품을 하던 간에 항상 초심을 잊지 않을 거예요. 드라마 '황진이'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받은 비난과 그 비난에 대해 이를 악물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해요. 그때 그 기분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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