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정기자의 음식탐방]프렌치레스토랑 '더 파리스'

입력 2009-12-10 11:00:59

섬세하고 화려한 프랑스 요리 맛보세요

음식과 식당에도 유행이 있다. 지금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시대. 동네 곳곳에 저마다의 색깔을 자랑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포진해 있다. 이탈리아 음식의 대표 주자 파스타 전문점도 많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대세인 지금, 대구에 큰 규모의 프렌치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프렌치 레스토랑 '더 파리스'의 양근석 사장은 4년 전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 벨라 쿠치나'를 선보여 대구 외식업계의 판도를 바꾼 경력이 있다. '라 벨라 쿠치나'가 대중들 사이에서 저변을 확대한 지금, 이번에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선택했다.

사실 요리의 전파도 이같은 순서로 이루어졌다. 지금의 프랑스 요리는 이탈리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세기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딸이 앙리 2세에게 시집오면서 이탈리아 요리사들과 식사예절을 도입했다. 18세기 화려한 파티문화에 단련된 궁정요리사들은 프랑스 대혁명으로 궁정 밖으로 나오게 됐고, 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요리로 변했다. 여기에 프랑스의 민족성이 더해져 미감이 발달한 지금의 프랑스 요리가 형성돼 왔다.

두산동 전경이 훤하게 보이는 '더 파리스'는 660㎡(200여평)에 8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작은 규모의 프렌치 레스토랑은 있지만 이처럼 큰 규모는 대구에서 처음이다.

"이탈리아 요리는 즉석 요리의 개념이 많은 반면 프랑스 요리는 오랫동안 준비된 음식이 많아요. 그리고 예술의 나라 프랑스답게 화려한 장식이 많죠."

양 사장은 10년 이상 함께 일해온 셰프와 함께 '더 파리스'를 열었다. 음식은 철저하게 셰프가, 인테리어와 콘셉트는 양 사장이 담당했다.

'더 파리스'는 오랜 시간 정성 들인 내부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천장을 높여 시원스럽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뿐만 아니라 내부는 대구에서 활동 중인 현대미술작가 정은주, 최규씨의 작품을 걸었다. 마치 작품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인 듯 미술과도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널찍하다. 전체가 탁 트인 공간이긴 하지만 옆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많이 찾는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양 사장의 몫이지만 세부적인 것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쳤다. 천으로 된 커튼 대신 녹색 스틸로 된 독특한 분위기의 수제 커튼을 달았다. 또 의자 하나도 허투루 볼 수 없다. 흡연실 의자 하나도 몇 개월 공을 들여 공수한 유럽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점심시간에는 프랑스의 소박한 가정식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끼니때마다 자주 프랑스인 식탁에 오르는 메뉴들이다. 대신 저녁시간에는 프랑스식 정찬을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이 소박하고 정직하다면, 프랑스 음식은 섬세하고 디자인이 많이 가미가 된다. 와인을 접목한 프랑스식 정찬은 서너 시간 이어갈 수 있어 시간을 요하는 비즈니스나 특별한 날에 어울린다.

아직 대구 시장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평가 때문에 가격대를 낮췄다. 점심시간 가벼운 코스요리는 2만7천원대. 스프나 샐러드 같은 단품요리는 1만3천~1만8천원대.

저녁시간에는 세미 정찬의 경우 5만원대부터 시작해, 격식 있는 정찬은 11만원까지 다양하다. 일품요리는 4만원대로, 스프와 샐러드, 디저트 등이 포함된다.

프랑스 요리의 핵심은 디저트. 디저트는 입안에 남아있는 여러 가지 맛들을 정리해주고, 약간 단맛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달콤한 디저트에다 에스프레소나 브랜디 등을 곁들이면 프랑스 요리를 충분히 즐긴 것이다.

와인으로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5층에 샴페인 라운지를 따로 마련했다. '더 파리스'의 공간이 고급스럽고 격식 있다면, 샴페인 라운지는 한층 캐주얼한 느낌이다. 세미나나 파티를 위한 공간도 따로 있어, 대여할 수 있다. 053)763-8998.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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