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사은품의 진화
백화점에서 일정한 금액 이상을 구매했을 때 제공하는 선물인 사은품. 사은품은 고객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훌륭한 판촉방법 중 하나로 그 시대 소비자들의 선호상품과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특별한 사은품을 선정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은품은 시대상을 반영
대구의 백화점 사은품 역사는 1960~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대구백화점은 본점 개점을 기념해 69년 12월 26일부터 이듬해 2월 5일까지 500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플라스틱 용기를 사은품으로 증정한 것이 사은품의 시작이었다. 70년대 들어서는 가정생활에 꼭 필요하면서 구하기 힘들었던 설탕·버터·비누 같은 생필품이 사은품으로 애용됐고, 복주머니·이쑤시개, 크레파스·세숫대야·볼펜 등이 등장했다.
동아백화점은 73년 9월 개점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사은경품부대잔치' 행사를 처음 열었다. 특등 다복상 1명에게는 쌀 1가마를, 1등에게는 백조세탁기, 2등에게는 12인치 TV를 증정했었다.
74년 '써머바캉스세일' 동안에는 5백원 이상 구매고객과 1천원 이상 구매고객으로 구분해 사은행사를 진행했는데 가락국수, 콜라, 빙설, 여성용 수영모자, 피크닉 물통 등이 사은품으로 제공됐다.이후 양말, 가락국수, 접시세트, 냄비, 연필, 수첩 등으로 사은품 품목이 확대됐다.
◆진화하는 사은품
사은품의 주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생활필수품과 식료품 등 생활에 필요한 품목들이 단연 인기다. 하지만 사은품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80년대에는 경제적 여유가 생겨 바캉스 바람이 불었다. 이때 대구백화점에서는 바캉스백·비치백을 사은품으로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껌, 때밀이 수건 등도 당시 인기 사은품목.
동아백화점에서도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패션 스카프와 바캉스 캐주얼 등 패션용품이 사은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식용유와 비누 등의 사은품들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90년대 초·중반에는 이불, 그릇, 냄비, 프라이팬 등 생활용품이 각광을 받았다. 이 시기엔 고객들이 사은품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중소기업의 무명 브랜드 제품은 하나 둘 사라지고 그 자리를 삼성과 LG 등 유명 브랜드의 진공청소기, 전자레인지, 소형냉장고 등 고가의 전자제품들이 사은품으로 등장하면서 사은품을 받기 위해 구매하는 고객까지 생겨났다.
97년 11월 개통된 대구 지하철 시대를 맞아 동아백화점은 백화점 방문고객에게 지하철 승차권을 무료로 제공했던 것도 '이색적인 사은품'이었다.
◆2000년대는 상품권과 웰빙이 대세
2000년대 들어서 백화점 상품권은 사은행사 때 빠지지 않는 '단골 사은품'이다. 연중 실시되는 사은행사로 인해 현물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상품권이 인기 사은품으로 부상했다.
웰빙과 여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스키캠프나 호텔 이용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생활에 눈 뜬 고객들에게는 나훈아 디너쇼 티켓이나 인기 뮤지컬 티켓이 인기다.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아로마 샴푸와 참숯 비누,극세사 타월, 올리브 오일 등의 사은품도 등장했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는 사은품에도 복고 바람이 불었다. 극세사 이불과 주방용품 등 생활필수품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신승훈 사은 담당자는 "한 장짜리 상품권보다 부피가 크고 묵직한 선물 보따리를 챙기고 싶어하는 보상심리와 사은품으로 지급되는 상품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에 생필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디자인을 살린 친환경용품들이 나타났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한 친환경 에코백을 사은품으로 내놨다. 또한 올해 사은품계 '제왕'은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손 세정제 등 소독 제품들이다. 동아백화점 전략마케팅팀 권희진 팀장은 "최근에는 고액 구매자들을 위한 보디용품, 헬스 및 온천 이용권, 공연초대권, 놀이공원 이용권 등 웰빙과 문화 관련 사은품들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사은품 선정은 어떻게
백화점에서 사은품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고객들이 느끼는 만족감이다. 이 때문에 사은품은 그 시대의 변화와 소비자의 선호도, 경기 등을 함께 반영해 선정한다. 또 사은품을 선정할 때 해당 팀과 업체에서 수십 가지 아이템을 두고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별한 후에 마지막으로 품평회를 거쳐 최종 선정하게 된다. 최근에는 고객들의 호응을 더욱 높이기 위해 사은품 소진율에 따른 고객 선호도와 고객들이 참여하는 사은품 품평회를 통해 사은품을 선정하고 있다.
대구백화점 마케팅총괄실 구승본 실장은 "사은품 역사를 통해 시대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사은품은 개별적인 차이는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생필품들이 고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고객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사은품을 개발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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