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IBK 기업은행 대구경북본부(본부장 전재갑) 주최 '동부민요 박수관의 소리' 초청공연이었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한바탕 신명나는 노래와 춤으로 용기를 주자는 취지였다. 그런 까닭에 프로그램도 상주 아리랑, 뱃노래, 태평무, 정선 아리랑, 장타령, 백발가, 살풀이, 상여 소리 등 낯익은 노래와 춤으로 구성됐다. 관객 역시 공연 마니아들이 아니라 중소기업인(1천100명), 다문화가정 이웃(40명), 장애우(30명)등이 주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노동요'를 불렀다. 힘든 농사에 흥겨운 노래를 곁들임으로써 노동의 고통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노동요'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멸치 후리는 소리'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은 실제로 제주도에서 해녀로 물질하는 사람과 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었다. 농어업 성수기에는 해녀 혹은 농사꾼으로 일하고, 비수기에는 공연활동하는 사람들이었다. 힘을 합쳐 무거운 멸치 바구니를 나르는 모습은 오늘의 경제여건을 보여주는 듯 했다. 출연자들이 힘들게 나른 멸치 바구니에서 꺼내 객석으로 던져 준 것은 사탕과 귤이었다. 노동으로 수확한 단맛이었다.
이어진 '상여 소리'에서는 기업은행 직원들이 상여를 메고 출연했다. '상여 노래'는 '홀로 먼 길 떠나는 사람을 외롭지 않도록 위로하는' 노래다. 그래서 그 노래의 후렴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먼 골짜기로 굽이굽이 끊이지 않고 퍼져간다. 그날 공연장에 울러 퍼진 상여꾼들의 노랫소리 역시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았다. '먼 길'을 홀로 외롭게 보내지는 않겠다는 다짐 같은 노래였다.
계현순(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씨의 살풀이춤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한걸음 한걸음 '사뿐히 즈르밟듯 내딛는' 몸짓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맵시 있는 발걸음에 취한 관객이 물었다. '어쩌면 그토록 맵시 있게 걸을 수 있는지.' 계현순씨의 대답이 의미심장했다.
"나는 평발입니다. 평발에 꼭 조이는 버선까지 신었으니 걷기가 무척 힘듭니다. 그래서 한걸음 한 걸음 조심해서 내딛습니다. 주의를 집중해서 세심하게 걸음을 내딛다보니 저절로 아름다운 걸음새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발이 못생겼다'고 했다. 그 못생긴 발을 감추기 위해, 못생긴 발로 어여쁜 버선코와 뒤꿈치를 보여주기 위해 오랜 세월 갈고 닦았다고 했다. 그녀는 겸손했지만 그만한 사람에게 재능이 왜 없었겠는가. 그녀는 재능뿐만 아니라 나쁜 여건까지 자신을 성장시키는 재료로 삼았던 것이다.
경제적으로 지금 국내외 여건은 나쁘다. 대구와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나쁜 축에 들 것이다. 무용수로 치자면 대구와 경북은 '못생긴 평발'을 가진 무용수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라고 왜 재능이 없겠는가. 타고난 재능에 이제 '못생긴 평발'까지 가졌으니 우린들 계현순씨처럼 '맵시 있는 춤'을 추지 못할 까닭이 없다. 계현순씨처럼 우리도 '못생긴 평발'을 가졌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음새를 보여 줄 수 있다. 지난주 목요일 밤 공연은 그런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었다.
조두진 문화체육부 차장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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