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 화석 얼마예요?"
수업시간에 화석을 보여주면 학생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 중 하나다. 매달 넷째 주 일요일마다 화석동호인회 회원들과 야외지질조사를 다녀온 뒤 월요일 첫시간부터 전날 채집한 화석을 보여주며 한 주일의 수업을 시작한다. 학생들에게 화석을 보여주며 채집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면 많은 학생들은 화석을 만져본 것이 처음인 듯 마냥 신기해한다. 과학관이나 전시관의 진열장에서 화석을 접해본 경험은 있지만 '사진촬영 금지' 혹은 '손대지 마시오'라는 경고 문구 때문에 우리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것으로만 여긴다.
화석표본이 학생들 사이로 돌아다니는 동안 질문이 쏟아진다. 이런저런 질문들 중 빠지지 않는 질문은 화석의 값어치에 대한 것이다. 현대인들의 관심이 돈에 있듯이 학생들도 돈으로만 그 가치를 평가하려고 한다. 사람을 돈으로 평가할 수 없듯이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물인 화석도 돈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단지 아직 연구가 안 되어 고생물학자들에게 연구 자료로 제공되어야 할 중요한 화석이 있고 연구가 끝나 일반인이 소장해도 무관한 덜 중요한 화석이 있을 따름이다. 화석은 발굴팀이 꾸려져 오랜 기간의 지질조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흔하다. 필자는 2년 전 가족여행으로 전남 화순의 운주사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대웅전 바로 옆 계단석에 중생대 물갈퀴 새발자국 화석이 있는 것을 발견하여 학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1994년 여름은 대구기상청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무덥고 비가 드물었는데, 마침 신천 바닥이 드러나 한 시민으로부터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여기 신천 바닥에 공룡발자국으로 추정되는 움푹 파인 규칙적인 흔적이 있는데 공룡발자국인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도교수와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확인한 결과 정말 공룡발자국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도심 한가운데서 공룡발자국이 확인되기는 드문 사건이다. 그 후로 수성구 시지 태왕3차 아파트 앞 욱수천 하상, 북구 노곡동 경부고속도로변, 동구 지묘동 팔공보성2차 아파트 앞(현재는 사면의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진흙으로 피복되어 있어 관찰할 수 없음), 남구 상동교 근처의 앞산 고산골 입구 하상, 최근에는 시지의 고산초등학교 길 건너 매호천 하상 등 6군데에서나 공룡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이처럼 대구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공룡발자국이 흔하게(?) 발견되는 도시이다.
대륜고 앞 담티고개 도로확장 공사 기간에 에스테리아(개갑류) 화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고, 고령군 성산면에서는 대형 익룡 이빨과 수많은 물고기 화석이 발견되었다. 구미 장천면, 군위 효령면에서는 연체동물화석, 군위군 우보면에서는 물고기 화석이 발견되었다. 가히 화석의 메카라고 할 만큼 대구·경북은 화석산지가 곳곳에 널려있다. 미국은 드넓은 땅에서 많은 화석이 발견된다지만 한 번 조사를 나가려면 화석산지까지 가는데만 사나흘씩 걸리고 길도 없어 화석을 발견하더라도 많은 중장비가 동원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구는 차로 1시간 남짓이면 어딜 가나 수천만년에서 1억 년 전의 생물인 화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제 곧 풀 등이 다 사라지고 맨땅이 드러나기에 화석을 조사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이번 주말은 정과 망치를 들고 가까운 근교로 화석을 찾으러 떠나보는 게 어떨까.
김태완(청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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