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을 때마다 영호남 민심이 들끓었다. 행정 중심 도시에서 교육과 과학이 중심이 되는 도시로 세종시 지향점을 수정하면서 내놓은 안들이 영호남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격적인 특혜를 주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3분의 1도 안 되는 땅값에다 갖가지 인센티브까지 주어진다면 세종시로 달려가는 기업, 기관, 대학, 병원, 연구소 등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대로 세종시가 만들어진다면 세종시가 수도권에 이은 또 하나의 블랙홀이 될 게 뻔해 영호남 주민들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와 국민 모두가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게 있다. 바로 세종시가 태어나게 된 이유와 배경이다. 비대해진 수도권 분산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차원에서 세종시가 만들어지게 됐다는 사실을 성찰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기준을 갖고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세종시 수정안들을 보면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정부가 앞장서 세종시에 기업이나 기관, 대학, 병원, 연구소 등을 몰아주는 식으로 세종시가 조성된다면 이는 공정한 경쟁을 생명으로 하는 게임의 룰을 어기는 일이다. 전국 방방곡곡이 고루 잘사는 국가 균형발전에도 맞지 않다.
세종시가 들어설 충남도는 이미 영호남보다 잘사는 지역으로 올라섰다. 충남도의 각종 경제 지표가 대구보다 두 배 이상, 경북에 비해서도 풍족한 수준인 것이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2007년 대구가 32조2천609억 원으로 충남(55조1천483억 원)의 58% 수준에 불과하다. 경북은 GRDP가 63조9천693억 원으로 충남보다 다소 많지만 1인당 GRDP를 따지면 충남이 2천848만 원으로 경북(2천428만 원)보다 많다.
이것도 모자라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통해 작게는 세종시, 크게는 충남도에 지나친 인센티브를 선물하려 하고 있다. 열악한 영호남은 외면한 채 세종시에 특혜를 몰아주려 하기 때문에 영호남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영호남 등 다른 지방은 굶을 판인데 '부자 곳간'에만 쌀을 더 채워넣으려는 것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세종시에만 엄청난 특혜를 주는 방식은 국가 균형발전에 맞지 않다. 정부는 지방의 사정을 면밀하게 헤아려 세종시에 대한 관심과 특혜 수준만큼 영호남을 배려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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