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금융지원 증가…금융소외자 '미소'

입력 2009-12-04 10:23:45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는 권모(55)씨는 건설경기 침체로 오랫동안 일감을 구하지 못했다. 나날이 빚이 늘어 순식간에 1천200만원까지 불었다.

빚 갚을 길이 없던 권씨는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 도움을 요청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권씨의 채무를 700만원 수준으로 조정했고 권씨는 7년에 걸쳐 빚을 나눠 갚기로 했다. 권씨의 불행은 또다시 이어졌다. 부인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비가 필요했던 것. 신용회복절차를 밟고 있는 권씨에게 돈을 빌려줄 금융회사는 없었다. 걱정하던 그에게 신용회복위원회가 또다시 버팀목이 됐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나가는 사람에게 신용회복위원회가 소액대출을 해준 것. 그는 200만원을 연 4.0%의 저리로 빌려 아내의 병원비를 댈 수 있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소액금융지원 창구' 문턱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신용회복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들은 급전을 필요로 할 때 대출을 받기 힘든데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소액금융지원 사업은 신용회복지원을 받은 뒤 1년 이상 성실히 빚을 갚고 있거나 빚을 모두 갚은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 근로자 중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등으로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 신용회복위원회가 지원해주는 제도다.

500만원 이내 범위에서 무보증(연 2~4%의 이자로 최장 5년 동안 분할상환할 수 있음)으로 대출해 주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이선인 대구지부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용회복 의지를 꺾지 않고 끝까지 상환계획을 이행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취지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금융소외 계층은 사금융 외에는 달리 금융권 대출을 기대할 수 없어 소액금융지원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경북에서는 481명이 13억9천600여만원을 빌려갔으나 올해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천57명이 31억여원을 대출했다. 대출한 사람들 숫자가 2배나 늘어난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4천488명이던 대출자 숫자가 올해는 지난달까지 1만975명에 이르렀다. 역시 2배 이상 불었다.

올해 많은 대출이 가능했던 것은 기업들의 도움 덕분이다. 지난달 중순까지 소액금융지원 대출 재원이 40억원 정도에 머물러 자금 지원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기업체로는 최초로 STX그룹이 50억원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공기업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초로 임직원 급여 반납을 통해 32억원을 기부함으로써 금융소외계층 지원에 큰 힘이 됐다고 신용회복위원회는 설명했다.

소액금융지원 신청자들이 향후 더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정부, 금융회사, 지방자치단체, 일반기업 등을 통한 추가적인 대출 재원 확보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신용회복위원회는 덧붙였다.

한편 경북도가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지원하는 '낙동강론(loan)' 대부사업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낙동강론 역시 신용회복지원대상자를 상대로 소액의 학자금과 긴급생활자금 등을 저리(4% 이하)로 대출하는 것.

10월부터 시작된 낙동강론 사업에는 211명이 자금을 신청해 156명이 5억여원을 빌려갔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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