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20분 깜짝방문
2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이후 2년 만에 '깜짝 방문'한 서문시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좁은 시장길은 이날 오후 3시 45분쯤 이 대통령이 시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 순식간에 인파로 가득 찼고 대통령을 연호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적어도 정부에 대한 불신은 있지만 대통령에 대한 불만은 없다는 듯 보였다. 이 대통령을 수행한 주호영 특임장관은 "대선 당시와 분위기가 너무 비슷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1시간 20분가량 시장에 머물렀다. 연방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는 시민들을 위해 길 가운데 탁자를 놓고 올라서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고, 잠옷과 털실장갑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서문시장이 잘 되면 대구 경제가 살아난다. 앞으로 좋아질 겁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대통령이 '대구 여론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서문시장을 찾은 것은 한 노점 수제비집 할머니와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한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대선 당시 서문시장에 들렀을 때 '당선되고 다시 와서 뵙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했는데 취임 후 여러 시장을 가면서도 정작 약속했던 곳에는 못 가셨다. 잠깐이라도 뵙고 오는 게 약속을 지키는 것이어서 가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에 보태 쓰라"며 이 대통령에게 3만원을 쥐어줬던 수제비집 김기순(82) 할머니는 안타깝게도 이날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열흘 전쯤 당뇨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함께 장사를 하는 딸 최영아(58)씨는 "대통령이 다시 오시기를 엄마가 많이 기다리셨다"며 이 대통령과 김 할머니를 전화로 연결시켜줬고 이 대통령은 "내가 그 때 수제비 한 그릇 먹고 당선됐는데 빨리 쾌유하시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 대통령은 또 "그 때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음미했다. 아프신데 걱정하실까봐 말하는데 돈은 내고 갈게요"라고 농담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구를 방문하면서 일반인들과 함께 KTX 열차를 이용했다. 물론 내부를 개조한 특별차량에 탑승했지만, 경호를 위해 전용편을 운용하는 관례에 비춰보면 파격이었다.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기차를 타기 전에는 한 할머니를 만나 "철도파업을 막아달라"는 당부를 듣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TV 대화' 이후 대국민 접촉을 늘리고 있다.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던 친서민행보를 다시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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