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전통 자랑…추수감사절 하이라이트
핼러윈이 지나고 미국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Thanks Giving(추수감사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11월 26일(11월 넷째 목요일)인 이날에는 일반적으로 가족들이 한 식탁에 둘러 앉아 칠면조 고기를 먹는 전통이 있다. 그리고 뉴욕의 추수감사절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은 Macy's Perade. 1924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86년 전통을 자랑하는 퍼레이드다.
이 퍼레이드는 백화점 Macy's가 주최하며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행해지는 뉴욕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다.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봐서는 그 규모가 어떨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다만 뉴욕에서의 최대 규모 퍼레이드라는 작은 단서가 그 규모를 짐작하게 했는데, 2주전 핼로윈 퍼레이드에서 구경도 못하고 사람에게 치이기만 한 악몽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 퍼레이드만큼은 놓치지 않고 제대로 보고 싶은 마음에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퍼레이드 시작시간은 오전 9시. 정확한 퍼레이드 경로를 미리 조사해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 물어 가장 좋은 위치를 추천받았다. 퍼레이드를 꼭 봐야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오전 4시 30분 일어나 센트럴파크 서쪽 70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좋은 자리를 잡고 볼 수 있겠구나'라고 안심했지만 이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뉴욕 시민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집에서 휴대용 의자와 담요, 먹을거리를 가져와 이미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가장 앞줄에 자리 잡고 있던 할아버지께 언제 오셨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전날 새벽 2시에 손자들과 손을 잡고 나왔다고 하신다. 이런 퍼레이드 하나로 엄청난 관광객들은 물론, 뉴욕시민들에게도 축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너무나 감명 깊었다.
오전 9시, 마침내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각 학교의 응원단, 고적대를 필두로 '스폰지밥' '피카츄' '스머프' '슈렉' '키티' 등 만화영화 주인공은 물론 미국 어린이 인기 프로그램의 주인공들도 거대한 풍선 형상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등장부터 빌딩 숲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풍선 하나에 1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풍선에 연결된 실을 들고서 함께 행진하는 형태였다. 거대 풍선들 사이 사이에 유명인사들 또한 퍼레이드에 모습을 나타냈다.
외국인인 나는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마지막 즈음해서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나오자 사람들은 더 크게 환호했다. 퍼레이드 막바지 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분이자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산타클로스. 그가 등장하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박수와 함성소리로 사람들이 화답했다. 퍼레이드 가장 마지막 부분에 Macy's girl들이 지나가고 나자 시민들이 퍼레이드의 뒤를 따라서 모두들 길에 나왔다. 사람들이 모두 길을 가득 메워 퍼레이드를 따라가는 모습은 마치 2002년 월드컵 응원전을 방불케 했다. 100여m를 그렇게 나아갔을까. 경찰들의 제지로 시민들은 다시 질서정연하게 인도로 나갔다.
일개 백화점 하나가 이런 엄청난 규모의 퍼레이드를 9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특히 엄청난 문화의 콘텐츠, 사람들의 인식, 특히 학교 응원단은 우리나라에서는 무척 생소한 문화였다.
그러나 한 가지 너무나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길거리의 쓰레기였다. 사람들이 응원하고 즐기는 모습까지는 좋았지만, 퍼레이드가 지나간 그 자리에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남았다.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쓰레기의 양도 어마어마했다. 멋진 행사의 옥에 티였다. 우리나라 월드컵 응원 뒤의 깨끗한 거리 모습이 생각나,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비록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퍼레이드를 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 언젠가 대구백화점, 동아백화점의 이름이 걸린 퍼레이드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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