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건립문제를 두고 울진지역이 시끌시끌하다.
울진군은 신규 원자력발전소 4개 호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선결조건으로 자사고 건립과 운영을 포함해 한수원에 8개 대안사업을 제시했다. 군은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자사고 건립과 운영비를 한수원이 부담하는 내용으로 최근 용역보고회를 개최했으나 한수원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며 발끈하고 나선 것.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교육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공교육 붕괴를 우려하며 자사고 설립에 반대하고 있고 용역 보고서도 하자 투성이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군의 입장과 용역 결과
군이 자사고 설립에 나선 이유는 전국 수준의 명문고 육성을 통해 지역 주민과 한수원 직원들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자는데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심각한 인구 유출을 막고 가족들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당수 한수원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용역을 한 대구경북연구원의 조사결과 군내 초등학교 학급 수가 2001년 182개에서 2007년 165개로 줄었고 우수 중학생들이 지역 내 고교보다는 경주와 포항 등지의 학교를 선호, 역외 진학 현상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설문 조사에서 정주 여건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을 교육(70%),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은 교육환경(39.5%)이라고 꼽았다. 교육환경 개선책에는 우수 중·고교 육성(30.4%)이 1위를 차지했고, 신규 고교 설립시 원하는 학교 유형으로는 응답자의 68%가 자사고를 꼽았다. 특히 한수원 직원들의 91%가 자녀 교육 때문에 이주를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수원의 반발
용역결과가 발표되고 지역에서 자사고 설립이 기정사실화되자 한수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용역결과 부지 매입비용을 제외한 본관과 도서관 등 교육시설과 학생회관 등 복지시설, 남녀 기숙사 등 주거시설, 운동장 등 건립비용이 무려 361억원이나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학년별 학생수 200명, 교원 1인당 학생 수 10명을 가정했을 때 60명의 교원 인건비(공립 교원 급여 1.5배)가 56억원이 드는 등 연간 학교 운영비도 67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자 한수원은 막대한 건립비와 운영비에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군이 제시한 8개 대안사업 중 나머지 사업인 ▷군 의료원 한수원 책임경영 ▷종합체육관 건립 ▷북면장기종합개발계획시행 ▷관동팔경 대교 가설(2개소) ▷한수원 휴양소 및 연수원 건립 ▷울진 비장 상수도 확장 ▷신원전 건설 및 운영시 지역 고용창출 등에도 엄청난 비용이 투입돼 자사고 설립을 선뜻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수원측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연구용역에서 제시한 방안 일뿐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부실한 용역 보고서
용역보고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보고서 내용이 상당 부분 부실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특정 지역에 자사고를 설립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짜맞추기를 했다는 것이다. 울진원전이 북면 지역 한 곳에 있는데도 마치 남부지역 어딘가에도 원전이 있는 것처럼 인식해 이를 바탕으로 3개 생활권별 장·단점을 평가한 대목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용역 평가 자체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며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지역간 분열을 조장해 결국 자사고를 통한 군 발전 도모라는 당초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경연구원측은 "교육계와 주민들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尹 지지율 46% 나와…2030 지지율도 40%대 ↑"
박수현 "카톡 검열이 국민 겁박? 음주단속은 일상생활 검열인가"
'카톡 검열' 논란 일파만파…학자들도 일제히 질타
이재명 "가짜뉴스 유포하다 문제 제기하니 반격…민주주의의 적"
판사 출신 주호영 국회부의장 "원칙은 무조건 불구속 수사…강제 수사 당장 접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