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大入 성적부진 악순환

입력 2009-12-02 10:18:52

상위권 中3 매년 수백명씩 타지로 高入

대구의 고교교육이 구조적인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고교교육 부실로 대학입시 결과가 곤두박질치자 상위권 중3 졸업생들이 매년 수백명씩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 대입 결과를 더욱 악화시키는 상황이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고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대구 수험생들은 수도권 대학 진학자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의 경우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 1차 합격자가 67명으로 지난해보다 10여명 줄어 최종 합격자 수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던 지난해 143명보다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2000학년도에 가장 많은 527명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12%를 넘었으나 올해는 점유율 5%대를 유지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달서구 한 고교 부장교사는"연·고대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대학은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의 강세가 두드러져 비수성구 고교에서 합격시키기는 서울대만큼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수시모집과 특별전형 확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급변하는 입시제도 변화에 대구 고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성구 고교들은 대입 모집정원의 절반이 넘는 수시모집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에만 매달리고 있다. 게다가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교육 강화와 입학사정관제 확대에 맞춰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자율형 공립고와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고교, 교과교실제 운영학교, 과학중점학교, 사교육 없는 학교 등에는 수성구 고교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아 향후 입시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반면 2002년 이후 설립한 자사고와 늘어난 외고, 자율학교 등은 대입제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졸업생 대부분을 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키는 돌풍으로 전국의 우수 중3 졸업생들을 흡수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심해 지난해 경우 적어도 300명 이상의 상위권 중3 졸업생들이 대구 일반계고에 진학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외국어고 지역 제한, 자사고·특목고 이중지원 금지 등으로 제재가 심해졌지만 합격선이 상위 5~10% 수준인 타 지역 고교에만 150명 안팎이 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입학전형을 끝낸 고교들을 취재한 결과 대구 출신 합격자는 현대청운고 21명, 민족사관고 14명, 전주상산고 7명, 공주한일고 5명, 풍산고 40명, 영양여고 18명 등으로 나타났다.

수성구 한 중3 담당 교사는 "타 지역 고교에 원서를 내는 학부모 대부분이 대구 고교교육에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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