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안 수정과 관련된 논란이 뜨겁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자청하여 사과와 함께 이해를 촉구하고, 총리는 전후방으로 지지와 대책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이들은 수정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맞선다. 지방 도시들은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여 유치해놓은 국책 사업들이 유명무실하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대구만 해도 혁신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건설 사업으로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중에 복병을 만났다.
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친절한 표정과 잔잔한 목소리로 세종시 수정안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중에 머릿속에 남는 내용은 자족 기능을 갖춘 명품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명품 도시라고 하면 얼핏 떠오르는 것이 두바이였다. 모래 바람 날리는 아라비아 반도의 지상 낙원을 꿈꾸던 그곳의 초고층 빌딩 건설을 한국 회사가 맡았다고 했던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7성 호텔의 주방장이 한국인 아니었던가? 이런 두바이시의 부도 사태에 대한 보도를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것은 한국 건설회사나 한국인 요리사가 아닌, 세종시의 운명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도시의 자족성을 생각해본다. 세종시가 세워질 허허벌판에 인구 50만명이 자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9부2처2청을 옮기려 했는지 모른다. 지금 이를 수정하여 과학 연구 기업 녹색도시 성격으로 자족기능의 명품 도시를 건설하고자 한다고 했을 때 또 다른 피해가 불 보듯 훤하게 예상된다. 이를테면, 이제까지 추진 과정에서의 비용과 세종시 몰아주기를 통한 인근 지역들의 피해 같은 것이다. 행정 기능의 분리를 막자고 지방균형발전을 소홀히 하는 것은 국민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도시마다 명품 도시, 일류 도시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 그래서 도시 재생이나 신도시 건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초일류 명품 도시가 되겠다는 다짐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명품 도시 혹은 프리미엄 도시의 필수조건으로 초고층 빌딩 복합단지와 상상을 초월하는 기념비적 건축물을 언급할 때마다 그 안에 과연 누가 입주하게 될 것인지를 염려하게 된다. 두바이시의 부도 사태로 초고층 빌딩 건설이 중단되고, 초호화 주택이 최근 절반값으로 내려가도 구매자가 나서지 않는다는 신문 보도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게 한다.
도시학자들은 프리미엄 메가 시티보다는 제2도시들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유망한 도시의 조건으로 지속 가능성, 안정성, 경제적 효율성을 제시하였다. 로스앤젤레스, 마드리드, 베를린, 뭄바이, 상파울루 같은 메가 시티들은 통제가 어렵고 계층 간 격차가 너무 커서 부자들은 선호할 수 있으나 인재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에 샌프란시스코, 바르셀로나, 함부르크, 코펜하겐, 탈린과 같은 제2도시들이 한마디로 멋진(Cool) 도시로 손꼽힌다. 그것은 안전하고, 성장 기회가 있으며 경제 발전과 복지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전문가들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랜드리와 도시 연구가 플로리다는 '창조 집단'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멋진 도시라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창조 집단에는 디자이너, 컴퓨터 프로그래머, 음악가, 과학자, 기술자, 시인, 비평가, 언론인, 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포함되며 이들의 생산적 아이디어는 도시의 기초자본이 되고 있다. 플로리다는 특별히 지식산업사회로 이동하기 위해서 기술(Technology), 재능(Talent) 관용(Toleranz)을 포함하는 '3T'가 필요하다고 했다. IT 산업이 융성하고, 전문가로서의 삶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으며 다양한 문화가 존중되는 멋진 도시의 조건을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멋진 도시가 되기 위한 왕도가 있을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없다'이다. 도시의 역사를 바로 보고, 자랑거리를 기억해내며 문화적 가능성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통해서만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미원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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