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 엄마'를 공연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창작이라 생소하고 지루했다는 평과 우리의 것이기에 다가가기 쉬웠고 감동적이었다는 상반된 평을 들었다. 늘 외국 작품만 대했던 나였기에 몸짓, 손짓, 걸음걸이 하나하나까지, 이미 익숙해진 서양 오페라의 몸 동작이 배어 나올까봐 여간 조심한 게 아니었다. "선생님, 그 시대 우리 여인들의 모습이 그렇게 농염했을까요?" 하는 일침에 가슴이 철렁하며 얼굴이 붉어진 기억도 난다. 우리 고유의 몸짓을 표현해 보려고 거울을 보며 연습을 거듭했다.
이번 '원이 엄마'는 우리의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했다. 처음 원이 엄마(여늬) 공연 제안이 들어왔을 때 조두진 작가의 소설 '능소화'를 읽고 충격적인 감동에 빠져들었다. 여늬의 애절한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너무나 애절한 부부의 사랑 이야기에 전율을 느꼈고, 묘한 아픔과 가슴 저림을 느끼기도 했었다. 외국 오페라와는 다른 깊이와 각도의 사랑 표현이었다. 나는 창작 오페라를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처음 접한 진영민 선생님의 오페라 '불의 혼'이라는 작품은 우리의 국민적 애국심을 일깨우게 했고, 맡은 역할 때문에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한국 무용을 배우느라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연습했다. '오페라 가수는 정말 만능이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했다. 내가 노력한 만큼 관객도 느낄 수 있다는 각오로 연습에 임할 뿐이다.
이번 '원이 엄마'의 숨은 주역들에게 감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고유 의상은 세계에 내놓아도 조금도 뒤지지 않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한복 명장 이명자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 박수관 명창의 구슬픈 우리 가락이 원이 엄마의 한 서린 마음을 너무나 애절하게 표현해 주었다. 많은 관객들이 창작임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는 뒷얘기를 듣고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나로서는 '세월이 그렇게 오래 흘렀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은 다 똑같은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 작품이었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우리의 풍부한 문화 유산을 세계에 내놓아 그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제작비 때문에 감히 엄두를 내기 어렵겠지만, 문화의 깊이와 가치를 높게 평가하시는 그 누군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분명 세계 속에 우리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귀한 문화 유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원이 엄마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당당하게 세계에 내놓을 수 있기를 꿈꿔본다.
류진교 대신대 교회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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