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용지물 전자발찌, 제도 보완 서둘러야

입력 2009-11-28 16:16:53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전자발찌(위치 추적 장치)가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전자발찌 제도는 성범죄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줘 재범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을 목적으로 2008년 9월에 도입됐다. 시행 결과 지난 1년 동안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의 재범이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허점이 많아 성범죄의 재발 차단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전자발찌는 부착한 사람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서울 중앙관제센터로 전송한다. 이 같은 위치 정보 송신 시스템은 신속한 범인 검거를 가능케 한다. 지난해 11월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전자발찌 부착자의 성폭력 사건 수사에서 위치 정보가 결정적 단서가 돼 사건 발생 20시간 만에 범인의 자백을 이끌어낸 바 있다.

전자발찌는 이처럼 유용한 재범 방지 기구이지만 가위나 펜치로 쉽게 떼어낼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임의로 떼어내면 서울 중앙관제센터에서 그 사실을 즉각 파악할 수 있으나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간 성범죄자의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앙관제센터에서 각 지역 보호관찰관에게 연락하지만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실제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던 K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으나 보호관찰관은 40분이나 뒤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 사이 K씨는 종적을 감췄고 지금까지 그의 소재는 오리무중이다.

문제는 이것뿐만 아니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은 제한 없이 어디든 갈 수 있다. 아동 보호 지역 출입 금지나 야간 외출 제한, 특정인에 대한 접근 금지 등 준수 사항이 전혀 없다. 이는 마음만 먹으면 전자발찌를 찬 채 성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자발찌 제도를 포함, 성범죄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종합적 보완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재택 구금' 방식이나 활동 영역을 제한하는 '특별 준수 사항'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최선책은 예방이고 그 지름길은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이다. 지금의 까다로운 성범죄자 조회 시스템을 완화해 누구라도 성범죄자의 신상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자녀가 미성년자인 부모 등에 대해서는 성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을 허용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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