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져 있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용 공인구가 다음달 5일 전격 공개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후원사인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는 2년간의 연구를 거쳐 만든 공인구를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일인 다음달 5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공인구는 다른 역대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월드컵 개최지의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이름 및 디자인, 특징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월드컵 공인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공인구가 대회의 질과 경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 FIFA의 공인구 '델스타'가 처음 등장한 뒤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경기력 및 월드컵 재미를 증폭시켰다. 델스타는 검정 오각형 12개와 흰색 육각형 20개 조각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공인구로, 이 디자인을 본 뜬 공은 1970, 80년대 당시 공을 차던 아이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땐 공인구 '탱고'가 등장하면서 델스타와 함께 축구공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아르헨티나 민속춤인 '탱고'에서 이름을 따온 공인구 탱고는 델스타의 물에 약한 약점을 보완, 방수 기능을 높인 동시에 폴리우레탄을 결합해 탄력과 회전력도 보강한 공으로, 삼각과 원 모양으로 디자인해 당시 획기적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탱고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도 '탱고 에스파냐'로 불리며 사용되었다.
이후 월드컵 대회에선 '아즈테카'(1986년 멕시코), '에투르스코 유니코'(1990 이탈리아), '퀘스트라'(1994 미국) 등이 선보였다. 아즈테카는 최초로 인조피혁이 사용된 공인구로, 아즈텍 문화의 벽화문양을 새겨 넣어 개최국 문화를 반영했고, 에투르스코 유니코는 완전 방수효과에다 최고의 속도를 자랑했다. 또 퀘스트라는 반발력과 회전력을 보강, 대회 득점력(경기당 평균 2.71골)을 높여 경기의 재미를 더하는 '효자' 노릇을 하기도 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땐 최초의 컬러 축구공 '트리콜로'가 등장, 또 한 번의 공인구 혁신을 이룬다. 트리콜로는 '3가지 색깔'이란 뜻으로, 대회 개최국인 프랑스 국기의 청·백·적색을 활용, 디자인에 변화를 준 데다 신택틱 폼이라는 신소재를 사용해 공의 반발력과 스피드·방향성도 극대화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2년 월드컵 때는 흰색 바탕에 황금색 삼각형 바람개비와 붉은색 불꽃 모양이 가미된 '피버노바'가 공인구로 사용됐는데, 정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아디다스가 3년6개월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축구공으로, 트리콜로에 비해 반발력·탄력·회전력이 향상돼 프리킥·코너킥 등에서 절묘한 기술을 발휘할 수 있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사용된 '팀가이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가죽 조각 수를 기존 32개에서 14개로 파격적으로 줄여 공의 둥근 형태를 최대한 살려 정확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또 흰색과 검은색에다 둥근 프로펠러 모양을 따라 황금색을 넣어 개최국 독일의 특징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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