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꼴통·마피아 이미지 벗고 열린 TK, 창조적 TK로 거듭나야"

입력 2009-11-28 08:00:00

대구경북 인사들 정·관·재계 급부상

'뿌리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흔들려.'

대구·경북은 큰 나무다. 선비고장이자 보수의 대표적 도시지만 태산준령(泰山峻嶺) 같은 인물들이 시대를 관통해서 배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그끼리 다 해묵는다'는 배타적인 부분은 우리지역의 창의성과 역동적인 발전의 방해가 되어 왔다.

사실 대구는 도시경쟁력이 더 떨어졌다. 인천과 대전, 광주, 울산 등 비교가 되는 타 광역시에 비해서도 경제활력도가 낮다. 활발히 교류하며 누가 누구인지 몰라야 한다. '넌 어느 고등학교', '넌 어디 사람' 등 연고와 학벌부터 묻는 것은 당연 실례다.

열린 마인드와 지역에 대한 애착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신TK'들은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TK가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새 사고로 무장해야 한다.

대구·경북 출신으로 각계 각층에서 이름 꽤나 날리고 있는 인물들은 마음을 열고 '신TK' 주류에 편입해야 한다. 그동안 서로 배타적으로 움직이며, '내가 낸데'식의 안하무인(眼下無人)격으로 행동하는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놓아야 한다.

◆재계·관계도 TK들 비상

TK 중에서도 경북 북부지역 출신 CEO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열린 사고로 활동적으로 뛰지만 대구·경북이라는 티를 내지 별로 내지 않는다는 것. '홍종만, 구학서, 이인용, 김중겸, 류진' 등.

의성 출신의 넥센타이어 홍종만 부회장은 2006년 1월 취임 이후 높은 경영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 적극적인 경영으로 회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8%에서 20%까지 두배 이상 끌어올렸다. 상주 출신의 신세계그룹 구학서 부회장은 그룹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안동 출신 이인용 삼성전자 부사장도 홍보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서 대한민국 최대그룹의 대변인 중책을 맡고 있다.

북부만 비상하는 건 아니다. 영덕 출신의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에 이어 KB금융지주 회장까지 맡으면서 국내 1, 2위 금융회사의 수장을 모두 역임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밖에도 김광수 나이스그룹 회장(문경),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회장(영주),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이 특유의 유연함과 열린 사고로 금융권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신TK의 후천적 조건인 지역에 대한 기여도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현 정부들어 관계에서도 파워 집단이다. 여성 장관인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영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예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대구) 등이 행정부 내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영천)는 대권의 꿈을 향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으며, 야권에서는 대구 출신 추미애 민주당 의원과 경주 출신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있다.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 실장도 경북고 출신으로 TK인사에 포함된다.

◆'TK 마피아'→'TK 포럼'

변해야 산다. 이제 TK도 신TK 문화로 변하는 마당에 'TK 마피아'란 얘기도 사라지고 'TK 포럼'으로 바뀌어야 한다.

경북 칠곡의 신현확 전 총리는 'TK 마피아의 보스'라는 칭호를 들었을 정도로 화려한 공직경력을 자랑한다. 일본 상무성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39세에 장관(부흥부)으로 발탁된 자유당 시절부터 박정희 정권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관직을 두루 거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래로 TK지역 출신들은 권력의 핵심에서 주류 세력을 형성해왔던 것.

이효상 전 국회의장은 38년 전 7대 대통령 선거 경북지역 유세에서도 공공연하게 경상도 정권 그 중에서도 TK실세론을 퍼뜨리고 다녔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는 금진호 상공부장관(영주), 김복동 광업진흥공사 사장(청송), 금융계의 황제로 불린 이원조 은행감독원장(대구), 정춘택 산업은행 총재(대구) 등이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황태자 박철언 전 체육부장관(성주)도 빠질 수 없는 인물.

이제는 이렇게 흘러가서는 안 된다. 더 열고 개방된 사고를 해야 한다. 지금도 이명박 대통령이 보다 통 큰 정치를 하지 못한다고 비판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력과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지역에 관계없이 등용하고 친박-친이 같은 계보도 뛰어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주호영 특임장관은 "TK 마피아는 다 흘러간 옛날 얘기, 지금은 한발한발 딛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이 나라가 단합하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국민화합을 강조했다.

'TK 마피아'는 사실 우리 지역만 좋았던 것. 전라도 쪽에서는 한(恨)이 서릴 정도였을 터. 권력과 경제발전 등 모든 것이 경상도에 쏠리면서 소외감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TK에는 문화계 거목도 있다. 이문열(영양), 김주영(청송) 등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소설가들도 나서서 'TK 포럼'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더 큰 그릇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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