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점 차도 못 지키나"…오리온스, KT&G에 역전허용

입력 2009-11-27 09:12:06

김승현이 코트를 휘젓고 허버트 힐이 골밑에서 위력 시위를 했지만 막판 상대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지 못했다. 8위 대구 오리온스는 26일 홈 경기에서 9위 안양 KT&G에 한 때 20점 차 이상 앞섰으나 81대83으로 지면서 3연패에 빠졌다. KT&G는 이날 승리로 5승11패를 기록, 오리온스와 공동 8위로 올라섰다.

당초 이 경기의 주요 관심사는 두 가지였다. 슈팅가드에서 포인트가드로 전업, 경기당 평균 8.1어시스트로 1위를 지키던 은희석이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히는 어시스트 2위(7.5어시스트) 김승현을 상대로도 제몫을 할 수 있을지가 초점. 또 힐이 거대한 몸집(201.7㎝, 145㎏)을 자랑하는 KT&G의 나이젤 딕슨과 골밑에서 어떻게 맞서느냐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비록 팀은 하위권이지만 이번 시즌 은희석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김승현의 경우는 이면계약으로 인한 징계 탓에 1라운드에 뛰지 못해 그렇다손 치더라도 주희정(서울 SK), 양동근(울산 모비스), 신기성(부산 KT) 등 KBL을 대표하는 포인트가드들을 3~5위로 밀어내고 어시스트 부문 선두를 질주 중이다.

하지만 이날 김승현(12점)은 어시스트 9개를 기록하면서 경기 운영 능력이 은희석(10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보다 한 수 위임을 증명했다. 과감하게 골밑으로 치고 들어간 김승현은 수비의 시선이 자신에게 몰린 틈을 타 외곽에 자리한 허일영(12점·3점슛 4개), 정훈(6점) 등 포워드들에게 패스를 연결해 3점슛 찬스를 만들어줬다. 장거리 패스로 속공을 전개해나가는 솜씨도 일품이었다.

반면 은희석은 경기를 매끄럽게 풀어가지 못했다. 슈팅가드로 뛰다 2쿼터 막판부터 김승현과 맞선 은희석은 김승현을 봉쇄하는 데 실패했다. 김승현은 은희석의 수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오리온스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경기 후 웃은 쪽은 은희석이었다. 오리온스는 김승현의 지휘 아래 힐(24점 14리바운드 7블록슛)과 이동준(12점), 허일영(12점·3점슛 4개)이 활약, 3쿼터 한 때 20점 차 이상 앞서갔다. 승부가 그래도 기우나 싶었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부진한 딕슨(9점) 대신 골밑을 지킨 크리스 다니엘스(27점 7리바운드), 김성철(16점)을 앞세워 KT&G가 4쿼터 중반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두 팀은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팽팽히 맞섰다. 승부는 막바지에 가서야 갈렸다. 오리온스가 81대82로 뒤진 경기 종료 33.3초 전 다니엘스가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 오리온스가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시간이 11.3초 남은 상황에서 오리온스의 공격 도중 김강선이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 속에 공격자 파울을 선언당하며 공격권을 빼앗긴 뒤 그대로 주저앉았다.

한편 울산 모비스는 부산 KT와의 홈 경기에서 80대58로 크게 이기며 7연승, 12승5패가 돼 KT(12승6패)를 끌어내리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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