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자 주부의 맛있는 김장] 김장의 성패 '배추'에 달렸다

입력 2009-11-27 07:21:57

손맛이 달기로 소문난 손명자(오른쪽) 주부는 김장김치를 맛있게 담그려면 배추 절이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손맛이 달기로 소문난 손명자(오른쪽) 주부는 김장김치를 맛있게 담그려면 배추 절이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24일, 본지 '맛있는 밥상'을 연재하고 있는 손명자 주부의 집은 잔칫집 같았다. 커다란 솥에는 호박죽이 보글보글 끓었고 김장김치를 담그는 동서들과 친지들의 웃음으로 집안은 떠들썩했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된 김장 담그기는 오후 4시가 돼도 끝날 줄 몰랐다. 그날 버무린 배추만 해도 130포기. 남에게 음식 나누어 주는 것을 좋아하는 손씨답게 집안에는 여기저기서 모여든 김치통들이 수북했다. 손끝이 단 손명자 주부의 김장 담그는 법을 알아봤다.

-맛있는 김치의 비결은.

손씨의 대답은 머뭇거림이 없다. 배추 고르기와 배추 절이기, 김치 익히기란다. 이것만 잘하면 그해 김장은 대박이다. 그만큼 배추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양념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 양념은 집집마다 다르고 기호가 다른 만큼 각자가 맛을 내는 것이지만 배추가 좋아야지만 양념도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배추를 고를 때는 길이가 짧고 묵직한 게 좋은 거란다. 흔히 속이 꽉 찬 것을 선호하지만 약간 덜 찬 게 간이 골고루 배 좋다고 한다. 배추를 자를 때도 반을 가르고 반은 머리 부분만 살짝 칼집을 내도록 한다. 그래야 배추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절여진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배추 절이기를 잘 할 수 있나.

100포기 넘게 할 경우에는 미지근한 소금물에 배추를 넣었다가 배추 뿌리 부분에 소금을 한줌 뿌리는 식이다. 20포기 정도 담근다면 배추 한조각에 두번 정도 속을 들춰 소금을 뿌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서 6시간 절인 뒤 아래 위를 바꿔 뒤집는다. 아래쪽에 소금물이 너무 많이 배기 때문이다. 뒤집고 난 후 일정 시간이 지나 배추가 나긋나긋해졌다 싶으면 씻어 건지면 된다. 손명자 주부의 김장 배추는 소금을 많이 쓰지 않는다. 그대신 양념을 듬뿍 넣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낸다.

-소금이 중요한데 어떤 소금을 사용하는가.

김장김치를 위해 소금은 1년 전부터 준비를 한다. 미리 간수를 빼놓는 것이다. 만일 간수가 빠지지 않은 소금을 구입했다면 뜨거운 물을 한 바가지 소금 위로 부어서 간수가 빠지게 하는 것도 응급 요령이라고 한다. 소금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천일염을 고르도록 권한다. 소금이 좋지 않으면 그해 김장김치 맛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맛있는 양념 비결이 있다는데.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15분 동안 끓인 후 육수를 뽑는다. 다시마와 멸치를 건져내고 그 물에 표고버섯 사과 대파 양파를 넣어 30분 정도 사과가 흐물흐물할 정도로 끓인다. 건더기를 건져낸 물에 찹쌀가루를 되직하게 풀어 찹쌀풀을 쑨다. 찹쌀풀은 버무리기 전날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한다. 과일 야채를 넣어 끓인 찹쌀풀로 김치를 담그면 김치가 빨리 시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요즈음은 김치냉장고가 있어 괜찮단다.

김치를 버무리기 전에 미리 준비한 찹쌀풀에 고춧가루, 마늘, 매실엑기스, 생강 다진 것, 배 간 것, 새우젓과 보리새우를 갈아서 넣는다. 충분히 섞였다 싶으면 잔파 갓 미나리 채썬 무 등을 넣어서 버무린다. 이때에 각자의 기호에 맞게 새우젓 멸치액젓 갈치속젓 등을 넣는다. 시원하게 하려면 새우젓과 보리새우 간 것을 많이 넣으면 좋다.

-김치를 맛있게 숙성하려면 어떻게 하나.

김치를 담근 후 바로 김치 냉장고에 넣으면 보통 6개월이 걸려야 제맛이 난다. 설 전에 먹을 김치는 담근 후 상온에서 3, 4일 밖에 둔다. 김치에서 국물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면 김치 냉장고 안에 넣고 '보관'에 맞추면 제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손여사는 김치를 담근 후 매일 김치통을 열어 숙성단계를 확인하고 국물이 끓어오르면 김치 냉장고에 넣는다. 숙성 과정이 맛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김치를 김치통에 담을 때도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꼭꼭 눌러 담도록 한다. 그래야 김치의 제맛이 유지된다.

-묵은지를 좋아한다면 어떻게 담그면 좋은가.

묵은지를 좋아하면 묵은지용으로 따로 담그는 것이 좋다. 다양한 채소나 젓갈을 사용하지 않고 새우젓과 고춧가루 소금, 이 세 가지로 맛을 낸다. 이렇게 해야 시원한 김치맛을 즐길 수 있다. 마늘도 적게 넣는다. 새우젓 대신에 멸치 맑은 액젓을 사용해도 좋다. 설 지나 3, 4월경에 꺼내 먹으면 별미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