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분이지요. 돌보지 않는 사람이 없고 못 고치는 물건이 없어요. 늘 겸손하고 인자한 그런 분입니다." 백순전(65·여·대구 평리1동)씨와 이웃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칭송한다. 칭찬의 주인공은 이 동네 토박이 이병선(77)씨.
평안남도 중화군 당정면 건산교리가 고향인 이씨는 18세 때 6·25전쟁이 발발해 육군으로 참전했다가 남하, 충청도에서 근무하던 중 부인 최장순(71)씨를 만났다.
이씨 부부가 평리동에서 살아온 지는 올해로 53년째.
지난 시절, 이씨는 20년간 평리1동 통장으로, 부인은 부녀회장으로서 동네일에 솔선수범해 왔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동사무소(현 동주민센터)와 연결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씨는 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교회에서도 근면, 소박한 장로님으로 통한다. 그는 새벽기도가 끝나면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다.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는 반갑기까지 하다. 그런 날은 이씨가 맥가이버로 변신하는 날. 시계, 다리미, 선풍기, 폐가구 등은 그의 손에서 재탄생된다. 말끔하게 고친 물건들은 필요한 이웃에게 나눠준다. 부인 최씨는 "만물상이나 차려 돈 좀 벌어다 주지"라며 웃는다. 한 주민은 "우리집 살림살이 절반은 장로님이 장만해주셨다"고 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이씨는 "골목은 내 집과 다름없다. 예전부터 해 온 일들이라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골목의 구석구석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것은 그의 일상이다. 쓰레기를 줍다가 모은 폐지는 팔아서 빵이나 떡, 과일을 사다가 이웃 어르신들께 드린다. 이제는 이웃들도 폐지를 모아주며 마음을 보탠다. 이씨 부부는 "우리가 안 먹어도 못먹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홀로 계신 어르신들도 자주 찾아뵈려 합니다" 라며 겸손히 말했다.
곧 여든을 앞둔 이씨는 동네 다가대주택 경비를 서며 오늘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씨 부부는 "가족 모두가 건강한 것에 늘 감사하고 행복하다" 면서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도움: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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