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입력 2009-11-26 07:49:53

지금 농촌은 한 해 동안 애써 가꾼 벼 추수와 수매 준비에 바쁘다. 그러나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보다는 깊은 시름이 앞서 안타깝다. 쌀 생산량은 증가하지만 오히려 소비량은 감소해 쌀 재고 과잉으로 수확기 쌀값이 예년에 비해 조곡 40㎏ 기준 평균 1만원 이상 하락해 전년대비 20% 정도 값이 떨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농자재와 비료 등 영농비는 20% 이상 올라 농민들이 체감하는 하락폭은 30%가 넘고 있다.

일부 지역의 농민단체는 야적한 벼에 불을 지르거나 들판을 갈아엎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를 단순히 과격한 행동으로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만약 내 월급 봉투가 갑자기 30% 이상 줄었다면 나의 마음이 어떨까? 과연 도시의 일반 시민들에게는 우리 농업'농촌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한번 반문해 보자. 농업 생산액은 39조7천억원으로 국가 총생산액의 4.1%에 불과하고, 농가인구도 319만여명으로 역시 총 인구의 6.6%에 불과해 단순 수치상으로는 볼 때 농업'농촌의 중요성이 미미하다.

그러나 농업'농촌의 가치는 단순히 생산액'인구비중이 가져다 주는 수치와 상관없이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각종 다원적 기능과 가치가 있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논밭의 저수기능으로 인한 홍수조절 기능이 51조5천억원, 벼논의 이산화탄소 흡수 및 산소공급 효과가 9조9천억원, 기타 수자원 함양, 기후순화, 수질정화, 토양보전 등이 6조2천억원으로 총 67조6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또 식량의 안보적 측면, 전통문화와 농촌경관의 유지, 계승, 국민정서 함양 등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9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오는 12월 개최되는 제15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국가별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방법이 제시되면 우리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나라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듯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시대에 만약 농업'농촌이 위축되거나 사라진다면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엄청난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최근 정부가 녹색성장전략에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반영키로 했다고 한다. 이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잘된 일이다.

농업'농촌의 가치가 국가경제와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를 제대로 평가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이러한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농업'농촌이 쌀값 하락으로 어려울 때 농촌사랑운동이 절실히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이의 출발점은 쌀 소비촉진 운동전개가 아닌가 생각한다.

떡볶이, 쌀국수, 쌀과자 등과 같은 가공식품의 개발을 통한 소비증대뿐만 아니라 아침 밥 먹기운동 등을 통해 쌀 소비촉진 운동을 전개하여 상처난 농심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까지는 도약할 수 있어도 농업'농촌의 균형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시몬 쿠즈네츠 교수의 말과 같이 우리 쌀을 비롯한 우리 농산물을 많이 애용하여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고 균형발전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황보 걸 농협중앙회 구미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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