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 문제에 팔짱 끼고 있는 시장과 지사

입력 2009-11-25 10:57:44

세종시 문제가 '지방 죽이기'로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가 소극적으로 대응해 비판받고 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에게도 함구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시장'지사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겠지만, 지역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시화되는 마당에 자신의 문제로 인해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은 좀 볼썽사납다.

김범일 시장은 23일 대구시의회에 출석, 세종시 문제에 대해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김 시장은 시의원들이 대책 마련을 거듭 요구하자, 큰 목소리로 맞받아치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 점에 미뤄 고심하고 있는 속내를 내비친 것 같다. 김 시장은 당장 대책을 내놓을 경우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수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사태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김관용 지사는 외형적으로는 아예 팔짱을 끼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김 지사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어 평소 친박(근혜)을 자처해온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한 고위 간부는 24일 김 지사를 대신해 "정부가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고 밝혀 지역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아냥을 들었다고 한다.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무력화될 상황이고 경북은 수년간 유치를 추진해온 2개의 연구소가 세종시로 옮겨갈 것으로 보이는데도 시장'지사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손 놓고 있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 시장'지사는 지역민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정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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