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시대…<3>조각공원, 시민과 호흡하는 예술공간

입력 2009-11-25 09:53:01

쉼터, 그 이상의 즐거움

조각공원이 도시를 꾸미는 공공미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이런 특성에 주목, 조각공원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위부터 대구 앞산 고산골, 대구은행 본점 광장, 안동댐, 부산 을숙도, 경남 통영 남망산에 설치된 조각공원.
조각공원이 도시를 꾸미는 공공미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이런 특성에 주목, 조각공원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위부터 대구 앞산 고산골, 대구은행 본점 광장, 안동댐, 부산 을숙도, 경남 통영 남망산에 설치된 조각공원.

전국 곳곳에 조각공원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조각공원은 4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야외 전시에 안성맞춤인 조각은 도시를 꾸미는 공공미술로서도 손색이 없다. 이런 특성에 주목한 지자체들은 조각공원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산의 경우 비엔날레 행사에 조각 프로젝트를 도입해 그 작품을 각 구청 단위 공원에 설치하고 있다.

◆환경 속에 자연스레 묻어난 공간

21일 오후 경남 통영 남망산에 올랐다. 통영항을 내려다보는 이곳 1만5천700㎡(약 5천평) 공간에는 세계 유명 조각가 15인의 작품이 조각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든 길쭉한 작품이 움직이며 주변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4개의 움직이는 풍경'(이토 다카마치), 길게 늘어진 비닐 가닥 사이로 관람객이 통과하도록 한 '통영의 통과 가능한 입방체'(헤수스 라파엘 소토) 등 재질만큼이나 다양한 주제를 담은 조각에 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통영시민회관과 조화를 이루는 조각공원은 남망산공원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다. 통영을 찾은 관광객들이 빠짐없이 둘러보는 명소이기도 하다.

부산은 시내 곳곳에 조각공원이 설치된 '조각공원 천국'이다. UN조각공원, 천마산조각공원, 올림픽조각공원, 을숙도조각공원 등 이름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APEC나루공원이 새 조각공원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 결과 나오는 작품을 조각공원 조성에 활용하고 있다"며 "환경개선 기능에 효과가 있는 만큼 기초자치단체마다 작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2004년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 출품작 20점은 을숙도에 매년 겨울 찾아드는 철새 관람 외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을숙도는 부산 시내에서 서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이지만 봄~가을 부산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경북 활발 vs 대구 미미

지역의 조각공원은 경북 쪽이 더 많다. 경주 선재미술관 주변 야외 공원에 설치한 작품이 대표적이다. 난해하다는 현대미술 계열의 작품이 주를 이루지만 일반 관광객과 소통하며 미술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데 공헌하고 있다. 안동댐 근처에도 조각공원이 있다. 1999년 국내 작가 작품 20여점을 모아 조성한 공원이다. 사람이 직접 앉을 수 있는 벤치 작품도 있고 달팽이 조각도 있다. 안동댐을 찾았다가 '예상 외의 발견'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영천의 시안미술관은 앞마당 잔디밭에다 전시 작가들의 작품으로 공원을 꾸몄다. 대구 근교에 위치한 터라 가족이나 연인 나들이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경북에 비해 대구에는 마땅히 조각공원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 미술계 인사들의 중론. 그나마 대구 남구청이 앞산 고산골 등산로 입구에 설치한 쌈지조각공원이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24일 오후 현장을 찾으니 지난해 9월 1차로 설치한 6점과 올 3월 2차로 설치한 8점 등 조각품 14점이 등산로 사이에서 색다른 멋을 뽐내고 있었다. 등산객들도 다양한 볼거리가 생겨 좋단다. 남구청 담당은 "앞으로도 조각 설치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 본점 열린광장에도 대리석 조각 작품 6점이 설치돼 있다. 여름철에는 분수와 어우러져 빌딩 숲 속 삭막한 분위기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활력소가 되고 있다.

조각공원은 단순한 도심 속 공원이 아니다. 방문객에게 심신의 휴식 외에도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미술 전문가들은 유명 조각품의 경우 지자체 자산으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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