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지의 구걸 전략과 전술
한차오 루 지음/김상훈 옮김(수북, 2009)
날씨가 추워지면 더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구걸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가장 큽니다. 행인의 수가 줄어들고, 그나마 간혹 스치는 사람도 호주머니에 손을 깊이 찔러 넣고 눈길조차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스로 금욕적 자족을 강조하고 향락을 거부하는 견유학파(犬儒學派) 디오게네스 같은 걸인이야 걱정할 것 없습니다. 노숙이나 구걸 자체가 배움이고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걸이 생존의 유일한 수단인 전업 걸인의 입장에서 겨울은 참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예수처럼 이어오병(二魚五餠)의 기적을 일으켜 세상 모든 거지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인간 역사를 돌이켜 보면 '거지 없는 세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세 유럽의 집시에서 현대 북미의 뜨내기와 떠돌이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회든 사회에 어울리는 거지 부류가 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사회에서 버림받은 야인들의 집단이 아니라 주류 사회와 뒤엉켜 나름대로 질서와 규칙을 가지고 존재했습니다. 언어적 의미로는 구걸이 무료로 또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동정을 베풀어주길 청한다고 정의되지만 실제 구걸을 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거지도 있습니다. 한차오 루 교수가 저술한 『중국 거지의 문화사』(수북, 2009)를 보면 중국 거지는 다방면에 재주를 갖춘 진정한 연예인이었다고 합니다. 가수, 춤꾼, 곡예사, 뱀 부리는 사람, 원숭이 조련사, 그리고 축제가 벌어지면 배우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짐꾼, 심부름꾼, 문지기, 점쟁이, 이야기꾼, 창녀, 이발사, 대신 울어주는 사람, 해결사, 야경꾼, 경비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거지들은 범죄자가 아니었지만 협잡꾼, 도둑, 깡패들이 끼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차오 루 교수에 따르면 거지도 나름대로 경험을 가진 기술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양쯔강 하구의 항구도시 우후의 거지들은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동물을 훔치곤 했는데, 닭 잡는 기술이 일품이었다고 합니다. 그 방법 중의 한 가지는, 입안에 쌀을 가득 머금고서 땅위에 일렬로 뱉어놓은 다음 닭이 그것을 쪼아 먹으면서 다가오면 순식간에 낚아채는 것입니다. 이 기술의 정수는 낚아챈 닭을 품속에 감추는 것인데, 노련한 거지는 누더기 저고리 안에 닭을 예닐곱 마리나 감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대나무침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작고 탄력이 좋은 대나무침의 양쪽 끝을 날카롭게 깎은 다음 밀알 속에 쑤셔 넣고 다른 밀알과 함께 섞어서 땅에 뿌려 놓는데, 그것을 먹은 닭은 순식간에 기도가 막혀 끽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잡힌다는 것입니다. 아주 점잖은 방법도 있습니다. 도수 60도 정도의 술에 절인 쌀을 닭에게 먹이는 방법입니다. 술 먹인 쌀을 먹은 닭은 2, 3분 후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고 합니다. 2인 1조의 합동작업도 있습니다. 한 명은 망을 보고 다른 한 명은 훔치는 방법입니다. 이들 사이의 은어가 재미있습니다. 안주인은 '관음보살'이고 그 대책은 '호리병박에 불을 놔라'입니다. '호리병박'은 남자 성기의 은유이고 '불을 놓다'는 '물을 빼라'는 반어적 표현입니다. 표적이 된 집의 안주인이 나오면 망을 보던 자가 "관음보살이 나갔다, 호리병박에 불을 놔라"고 소리를 칩니다. 그러면 작업을 하던 자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누는데, 안주인이 기겁을 한 틈을 타 작업을 완수한다고 합니다.
사냥뿐만 아니라 구걸 전략과 전술도 다양합니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행인을 졸졸 쫓아가 '마님' '선생님' 등을 부르며 적선을 요구하는 '개 따라가기'입니다. 여기서는 끈질김이 필수입니다. 종이나 천에 호소문을 써놓고 인도에 앉아 절을 하거나 부복하면서 구걸하는 '고지장'(告地狀), 온 가족이 좋은 옷을 차려 입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인도에 질서 정연하게 꿇어 있는 '품위 있는 구걸'도 있습니다. 개방 시기 상하이에서는 영어로 구걸하는 방법도 유효했다고 하니 동냥도 그냥 범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모양입니다. 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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